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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추억바라기 Jan 17. 2022

하고 싶은 건 다 하고 살아

두 아이에게 말하고 싶은 나의 속마음 이야기

 "하고 싶은 건 다 하고 살아. 그래야 나중에 후회가 없는 거야"



우리 집에는 타고난 천재가 있지도 않고, 그렇다고 노력형 인재가 있는 것도 아니다. 두 아이 모두 성격상 공부하고 담쌓고 사는 캐릭터는 못된다. 적당히 학교에 다니는 존재감 정도는 어필하며 학창생활을 보내고 있다는 표현이 적당한 답이지 싶다. 다행히 두 아이 모두 나나 아내를 닮아서 상대방을 배려하고, 옳은 일과 옳지 않은 일에 대한 경계를 두고 그 선을 넘지 않으며 지금껏 잘 살고 있다. 공부도 두각 정도는 보일 정도는 아니지만 선생님 칭찬은 받으며 학교를 다니는 두 녀석이다.


관계에서는 두 아이 스타일은 다르지만 둘 모두 외향적이라 친구들 사귀는 것에는 문제가 없어 보인다. 두 녀석 모두 나와 MBTI가 'ESFJ'로 같지만 나를 포함한 셋 모두 조금씩은 다른 면모를 보인다. 큰 아이는 오는 친구 안막고, 가는 친구 안 붙잡는 소위 '쿨(Cool)'내 풀풀 나는 스타일이다. 그런 아들의 외향적 스타일 때문에 같은 초등학교 출신이 아님에도 중학교 때에는 주변 학교에도 친구들이 많았다. 중학교 졸업식 때엔 옆 학교 친구들이 축하해주기 위해 학교를 직접 찾아왔을 정도였다. 딸은 이런 아들과는 조금 다른 교우관계를 보인다. 친구들은 많지만 한 번 만난 친구들이 오래가는 편이다. 또 아들과는 다르게 가는 친구도 다시 한번 붙잡아보려는 타입이다. 요즘은 조금 단호해지긴 했지만 자신의 탓도 아닌데 '가는 친구'에 대한 마음 쓰임이 가끔은 안쓰러울 정도다.


이런 비슷한 듯 다른 성향의 두 아이를 키우며 난 늘 아이들에게 해 주고 싶은 말이 있었다. 마음속에는 항상 있었지만 정작 내 진심을 담아 아이들에게 해주지는 못했다. '해보고 싶은 많은 일들을 해보며 살라고'. 지금은 학교라는 울타리에서 마음 편하게 이동 가능한 곳이라고 해봤자 학원이 고작이겠지만 아이들이 다른 걸 하고 싶다고 하면 언제든 함께 고민하고, 지원해줄 생각은 늘 갖고 있었다. 배우고 싶은 것들이나 경험해보고 싶은 것들을 두 아이 스스로 찾아보고, 준비하는 과정부터가 그 첫 시작이라는 생각이다. 스스로 찾아보는 과정에서 하고 싶은 일들, 경험하고 싶은 일들에 대해서 많은 지식을 얻을 테고, 자신이 생각했던 것과 실제 찾아보며 얻어지는 것과의 차이도 알 수 있을 것이다. 또 이런 일련의 준비 과정에서 처음에 생각했던 방향과는 차이가 있을 수도 있지만 오히려 더 자신이 생각했던 것 이상의 경험이 될 수도 있음을 깨닫게 될 수도 있다.   


얼마 전 큰 아이는 자신이 원하는 대학과 학과를 합격했다. 아직 입학 전이지만 벌써부터 대학 생활에 대한 기대감이 커 보인다. 아들은 자신이 원하던 학과를 입학하기 위해 고등학교 1학년부터 생활기록부를 관련 학습내용으로 채웠고, 수시 전형 여섯 곳을 모두 관련 과로 지원하는 단호함을 보였다. 워낙 경쟁률이 심한 학과라 내심 걱정은 됐지만 아들 자신이 생각하고, 달려간 곳에 대한 믿음과 지지를 보내기로 마음먹었던 난 마음으로만 간절히 '합격'을 기원할 수밖에 없었다. 결과론적으로 합격이라는 피날레를 장식했지만 당시만 해도 너무 단호한 아들 결정에 이제 와서 얘기지만 당시엔 '차선책'을 고민해봐야 하는 불안감도 있었다. 이렇게 자신의 꿈을 좇아 달려가는 아들을 보며 열심히 응원하고, 지지해주는 게 이젠 나의 몫임을 알기에 더 이상의 얘기들은 큰 의미가 없어 보인다. 다만 쓰러지지 않게 지켜봐 주고, 가끔 가던 길에서 벗어나면 인생을 조금 오래 더 살았던 인생 선배로서의 따뜻한 조언 정도면 되지 않을까.


이런 아들과는 다르게 딸아이는 성장에 아직 나의 조언이 필요한 시기이다. 제법 생각도 여물고, 대화에서도 통하는 구석들이 많지만 내가 보기에는 아직 중학생인 딸이 한없이 어려 보인다. 딸은 인정하지 못하겠지만. 아들과는 다르게 키우면서 한 가지 고민이 늘 컸었다. 외향적인 성격은 비슷한데 자신에 대한 자존감이 많은 차이를 보였다. 큰 아이는 늘 자신감 있는 태도로 학교 생활을 해왔고, 친구들 앞에서도 리더 같은 역할을 많이 했었다. 이에 반해 딸아이는 매사가 걱정을 갖고 시작했고, 어떤 일이든 시작하기 전부터 자신감이 없어했다. 초등학교 때까지만 해도 우쿨렐레를 5년이나 연주했었다. 1년에 한두 번씩 꼭 연주회가 있었는데 연주는 잘하면서 연주회 때마다 매번 자신 없어하는 태도는 늘 같았다. 막상 연주하려고 섰을 때는 그런 모습 없이 잘 마무리하면서 늘 일관적인 태도를 보였다. 노래를 부를 때도 그렇고 수학 숙제를 할 때도 그랬다. 모든 일에 자신 없어하는 태도는 습관처럼 따라붙어 다녔다. 요즘은 그런 모습이 조금은 덜하지만 여전히 남아있는 모습을 보일 때면 안타깝고, 안쓰럽다.


두 아이 모두 그래 봤자 스무 해도 넘기지 않은 나이다. 시간이 가면서 지금의 생활에 익숙해지고, 더 바빠지는 일상을 살다 보면 하고 싶은 일도, 경험해보고 싶은 일들도 바쁜 시간 속에 묻혀갈 것이다. 세상 살면서 하고 싶은 일만 하면서 살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우리 두 아이들에게도, 오늘을 살아가는 두 아이와 비슷한 세대들에게도 남아있는 시간이 훨씬 많다. 틀에 갇혀 사는 건 그 틀을 누가 만들었냐부터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정작 그 틀을 만든 것도 자신이고, 그 틀에 들어가 살기로 결심한 것도 자신이다. 틀을 만들지 말고, 만들어진 틀이 있으면 그 틀을 깨고 살아온 나보다 살아갈 나를 생각해보면 어떨까. 살아온 날보다 앞으로가 더 길고 기대가 되는 날이 남았다. 그래서 난 늘 우리 아이들에게 얘기해주고 싶다.


 "민수야, 지수야. 해보고 싶은 것들이나 경험해 보고 싶은 일들은 다 해보고 살아. 법적으로, 도덕적으로 문제만 없으면. 그래야 나중에 후회가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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