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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추억바라기 Nov 25. 2019

월급통장 두둑해지는 그런 날이 올까?

배고픈 회사원, 난 투잡러이고 싶다

모든 샐러리맨들에게 해당되는 뻔한 이야기지만 자신의 급여에 만족하며 사는 월급쟁이가 얼마나 될까?

억대 연봉을 받는 사람들조차도 자신의 월급이 많다거나 혹은 적당하다고 이야기하는 사람은 드물다. 하지만 대부분의 샐러리맨들은 사는 게 팍팍하고, 다른 돈 벌 궁리할 여유도 나지 않는다. 불만은 차고 넘치지만 자신의 급여에 순응하며 살아간다. 나도 얼마 전까지는 이런 샐러리맨들 중에 하나였다.


내 연봉은 고액, 저액으로 구분하기에는 애매하다. 1인 근로자 기준으로는 꽤 높은 기준의 연봉 수급 위치에 있지만, 난 두 아이의 아버지고 한 여자의 남편인 외벌이 가장이다. 그래서 현실은 애매하다. 그냥 많이 애매하다.


  어떤 사람들이 볼 때는 나는 고액 연봉자일 것이다. 하지만 다른 기준의 잣대로 들여다보면 내 애매한 연봉으로 두 아이를 키우고, 내 집 마련 대출금 갚는 월세 세입자, 외벌이 월급쟁이로 살아가는 평범한 채무자일 뿐이다. 불과 작년까지만 해도 나는 다른 샐러리맨들처럼 월급에 대한 불만이 가득 찰만큼 일도 많았고, 일에 대한 열정이나 욕심도 많았다. 늘 하는 일에 비해서 급여가 적다고 생각했고, 이뤄놓은 성과에 대해서 회사가 제대로 인정해 주지 못한다고 생각했었다. 얼마 전까지는...

  

  불과 수개월 전, 부서와 하던 업무의 변경으로 예전과 다르게 시간과 여유가 생기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경험하지 못한 일이라 짜증도 많이 났고, 업무 숙련도도 없어서 업무처리도 오래 걸려 시간 여유가 많이 없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 업무 특성도 이해하고, 업무도 익숙해지니 난 전과 다른 여유 있는 직장 생활이 가능해졌다.  뭐 누가 얘기하는 프로 딴짓러(?)까지는 아니더라도 일과 중에도 맡은 업무 처리 이외의 딴짓할 시간이 자연스레 생겼고, 이런 여가시간(?)을 적절히 활용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했다.


이런 생활이 익숙해지니 급여에 대한 불만은 어느 정도 줄게 되었다. 하지만 현재 벌어들이는 수입 자체에 대한 불만족은 지워지지 않았고, 월급 이외의 다른 수입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자꾸 들었다. 고등학생 큰 아이의 수업료, 사교육비와 당장 내년부터 둘째도 중학생이 된다고 생각하니 '월급쟁이의 숙명'으로 받아들이기에는 한 푼이 너무 아쉬웠다. 아주 조금의 부수입만 생겨도 살만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머리에서 떨쳐지지 않았다. 대부분의 외벌이 가장이 느끼는 생각이지만, 커가는 아이들의 사교육비와 내 집 마련 거기에 노후까지 생각하면 현재 매달 받는 돈으로는 부족함을 느낄 수밖에 없다.


  항상 내색은 하지 않았지만 아내도 수입보다 지출이 많아지는 달에는 조금씩 민감한 반응을 보였고, 평소에 없던 집안 행사나 갑작스러운 지출이 생겼을 때엔 좀처럼 하지 않는 돈 이야기가 아내와 나 사이에 화두로 던져지고는 했다. 난 이런 돈 이야기엔 죄인 아닌 죄인 같은 기분이 들었고, 나보다 많이 버는 사람들에 대한 상대적 박탈감이 드는 건 어쩔 수가 없었다.(다 늙어서 자존감이 바닥을 치는 꼴이라니!)

  

돌이켜 보면 우린 일 년에 돈이 부족하다는 생각을 하지 않는 달이 몇 달이나 될까 싶다. 연말 정산 공제받는 2월, 그리고 연봉 인상 확정이 늦어져 인상된 연봉의 지급분을 소급 적용받는 5월이나 6월 정도가 전부이지 않을까 싶다. 1년 중 10개월은 부족한 급여에 대한 불만을 안고 일하고, 단 2달은 이런 불만에서 탈출한다고 생각하니 이놈의 샐러리맨 그냥 '화악' 때려치워 버릴까 싶기도 하다.

 하지만, 배운 게 도둑질이라고 했던가. 밥벌이하는 방법이라고는 지금 하는 기술직으로 회사 다닌 게 전부이고, 당장 다른 뭘 하려고 해도 지금 받는 급여 수준으로 대우해 줄만 한 데가 없다는 건 너무도 잘 아는 현실이 날 아프게 한다. 하긴 그것도 또 다른 샐러리맨이니 현실적인 방안도 아니다 싶다.

  나이도 차고, 다른 일 경험도 없으니 슬프고, 서글퍼도 등 떠밀려 나가기 전까지는 자리 보존하며 버텨야 하는 게 이 전쟁터의 생존 방법이요, 생리인걸. 알면서도 서글프다.


  얼마 전부터 여유가 생기고 나니 더 이상 큰 기대를 하기에는 어려운 월급봉투에 얽매이는 삶에서 조금은 벗어나고 싶다는 현실적인 생각을 자꾸 하게 되었다. 물론 내 삶의 터전에서 완전히 '하차'하겠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다만 지금 정도의 여유 있는 삶에서 조금 작은 돈이라도 따로 수입원이 될 수 있는 일들을 만들고 싶다.  

예전 함께 일하는 선배들 중에서 가끔 나에게 이런 훌륭한 길(?)을 터주고자 했던 분이 있었다.

'정 대리, 주말에 분당에 어떤 사무실 네트워크 공사 있는데 '알바' 안 할래?'

난 그때만 해도 업무량도 많았고, 아이들도 어렸던 터라 금전적인 구속보다는 단 하루의 편안한 휴식과 가족과의 시간이 더 중요했다. 평일 지친 심신을 이 얄팍한 현금과 바꿀 맘은 1도 없었다. 하지만, 정작 지금은 하고 싶어도 이런 딴짓의 길을 인도(?) 해 줄 선배들이 없다는 게 문제다.  간혹, 과거했던 일들과 유사한 일들로 딴짓(?)하자고 부추기는 지인들이 있긴 하다. 보수도 괜찮은 편이어서 구미가 당기지만, 문제는 요즘 이런 일도 주말에 하는 게 아닌 평일에 해달라는 요청이라서 직장에 몸 담고 있는 나로서는 감사한 제안이지만 거절할 수밖에 없다. 하긴, 이젠 그런 일조차 뜸하다. 그냥 그때 연차 휴가라도 쓰고 일을 할걸 그랬나 싶다. 요즘은 그렇게 한 푼 두 푼이 너무 아쉽고 궁하다.     


글 쓰는 것도 무언가 수입원을 만들기 위해서 시작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자꾸 쓰다 보니 욕심이 나고, 이런 욕심이 내 마음에 대고 속삭인다.

"이렇게 써서 돈이 되겠어? 책 내려면 자기 계발을 하고, 좀 더 시간 내서 공부해야지."


난 내 가벼운 주머니를 채워줄 '투잡러'이고 싶다. 난 오늘도 회사로 출근하며, 돈 벌 수 있는 다른 방법을 개발 중이다. 그래서 난 꾸준히 표 나지 않게 투잡을 위한 구직 활동을 하며, 오늘도 나에게 주어진 조금의 여가시간(?)을 이용해 건설적인 딴짓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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