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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추억바라기 Dec 08. 2019

오늘 어머니를 보내 드렸습니다

어머님  전(前) 상서(上書)

뽀얗게 분칠 곱게 하고 세상에서 가장 편한 표정 하시고 어머님은 오늘 우리 곁을 떠나셨다.


당신은 길지 않은 70년을 살다 좋은 세상 가고 싶어 꿈꾸던 세상으로 훨훨 날아가셨다.

당신의 마지막 5년은 내게는 없을 줄 알았던 시간이었다.  선택된 누군가에게나 있을 것 같은 못 된 병을 얻었고, 끔찍한 그 녀석 과싸움이었다. 4기 폐암 선고를 받고, 절망도 하고, 희망도 가져보고, 울어도 보고, 미워도 해봤다. 돌이켜보면 당신에게 난 자식 그 이상의 의미를 두고 계시지 않았나 싶다.

 내가 그리 살갑지도 않았는데도. 그리도 사랑했고, 애틋했던 자식 마지막도 못 보게 그리 가신 게 누굴 위한 배려였을까? 후회도 해보고, 감사도 해본다. 생전에 이리 아플 것 같지 않았던 마음도 정작 겪으니 에일 듯이 쓰리고, 아픈 것을. 마지막 가는 길 보지 못한 게 너무 아프고,  죄송하고, 그리고 그리 기다리지 않고 가신 게 미웠다. 아니 고마웠다.


당신은 병마와 싸우기 전 65년, 정말 행복했을까?
당신은 병마와 싸우는 동안의 5년은 정말 불행했을까?


가시는 길이라도 덜 아프고 가신듯해서 감사한 마음은 있지만, 그리도 서둘러 가셔야 됐나 싶어 서운한 마음에 자꾸 눈물이 난다.

간 밤 꿈에 나온 '불 꿈' , 꿈해몽을 찾아보고 대박운이라고 좋아했는데, 이제 와서 당신의 병환이 내게 그리도 짐스러웠을까 하는 자책에 목이 메고, 또 눈물이 난다.
부모 마음은 자식을 키우면 안다지만 난 내 자식들 키우며 매번 한 말이 당신처럼 내 자식을 키우지 말아야지 했던 말들.  머릿속에 맴돌고 가슴에 비수처럼 꽂힌다.
긴 병환에 효자 없다지만 그리도 유약해지는 당신을 보며 아프고, 안타까웠고 한편으로는 미움이 싹이 되어 못된 말도 뱉어내곤 했는데. 더 자주 찾아뵙지 못한 미안함에 내려가는 열차 안에서 가슴은 무너졌다.

 

보내드리는 영전 앞에 밤늦게 조용히 앉아 당신을 그리며 고백해 본다.  
당신의 자식으로 45년을 함께 해왔지만, 당신의 45년을 올곧이 기억하지는 못한 지만. 당신을 사랑하는 마음만은 알고 가세요. 살면서 힘들었고, 아프고, 슬펐던 추억들은 모두 버리고 행복했던 기억만 안고 가세요.


"감사했고, 사랑했습니다."


더 이상 아프지 않은 좋은 세상에  가셔서 웃으며 사시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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