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추억바라기 Apr 10. 2023

실망은 있었지만, 실패는 없다.

나만의 루틴으로 꾸준함을 이어간다면 원하는 목표에 도달하지 않을까

'다음 주까지 200자 원고지 10매 기준으로 글짓기해서 제출해'


초등학교 시절 일 년에 두어 번쯤은 백일장 대회나 교내에 제출할 글짓기를 숙제같이 하던 시절이 있었다. 안 그래도 하기 싫어하던 글쓰기를 숙제처럼 내야 되는 시기니 글짓기의 '질'이야 좋을 수가 없었다. '모방은 창조의 어머니'라는 말처럼 그 시절 글짓기도 책에서, 친구의 글에서 베껴 쓰던 기억이 난다. 쓰기 싫어하니 늘지 않는 건 당연했다. 백일장이나 교내 글짓기 대회에서 입상의 기억은 전혀 없다. 혼이 나기 두려워서 마지못해 했던 글쓰기니 당연한 결과였다.


그렇게 쓰기 싫어했던 글쓰기를 매일 쓰기 시작했다!!!


4년 전부터 내 글 놀이터는 주로 브런치(현 브런치 스토리)였다. 처음에는 손과 마음이 가는 대로 글을 썼다. 특별히 통일된 주제나 기획 의도 없이 글을 썼다. 그날, 그날 생각나는 이야기나 글들을 쓰고 또 썼다. 세련됨이라고는 눈곱만큼도 없는 날 것 그 자체의 글이었음에도 쓰는 게 좋았다. 글을 쓰며 스스로에게 약속했던 게 있었다. 조금이라도 좋으니 매일 글을 써보자는 생각을 했다. 나 자신과의 약속도 있었지만 그냥 글을 쓰는 게 좋았다. 그렇게 난 한 동안 꾸준히 글을 썼다.


그렇게 글도 매일 쓰다 보니 요령이 생겼다. 같은 주제로 글도 묶어야 연재와 같은 효과가 생기는 걸 알게 됐다. 동일한 주제, 소재로 생각을 하다 보니 산만했던 글도 정리가 됐다. 쓰고 싶은 글도 자연스레 완성된 모습을 갖춰갔다. 과거 부끄럽기까지 했던 글이 어느새 곱게 단장도 하고, 멋도 낼 줄 알게 됐다. 글이 다듬어지고, 정리되니 검색해서 찾아오는 구독자도 늘기 시작했다. 구독자가 늘어나니 글 발행에도 더 신중해졌다. 당연히 여러 차례 다듬는 과정에서 또 한 번 반복과 꾸준함의 힘을 느끼는 순간이었다.


두드려라, 그럼 열릴 것이다!!!


브런치에서 글을 쓰기 시작한 지 6개월이 되어갈 무렵 제안 메일이 왔다. 기고 목적으로 요청온 메일이었다. 첫 제안 메일에 그 짜릿함과 행복감은 지금도 생각난다. 메일에 내용은 이미 발행한 글 사용권에 대한 허가 요청 메일이었다. 수익이 되지 않았던 개인방송에 낭독의 목적이었지만 첫 외부 매체에 공개된 제안이었다. 이 일을 계기로 난 더 용기를 낼 수 있었고, 꾸준히 활동하는 발판이 됐다.


난 브런치에서 하는 모든 공모전에 응모했다. 번번이 떨어졌지만 그래도 꾸준히 두드렸다. 브런치에서 활동한 지 1년 즈음 지났을 무렵 드디어 결실이 맺혔다. EBS와 브런치가 함께 기획한 '나도 작가다'라는 공모전에 당당히 내 글이 당선됐다. 공모전 첫 당선이었고, 공저였지만 첫 출간의 기쁨도 누릴 수 있었다. EBS 라디오에서 직접 기획한 프로젝트라 내 글을 라디오에 직접 낭독하는 기회도 가졌다. 신선하고, 즐거운 경험이었다. 매일 같이 글을 쓸 수는 없었지만 글을 놓지 않고 꾸준히 쓰다 보니 조금씩 길이 열리는 기분이었다.


결혼생활에는 권태기, 글 쓰는 작가에게는 글태기!!!


결혼생활을 오래 한 부부에게는 권태기라는 증상이 생기기 마련이다. 권태기란 오랜 결혼생활로 서로에게 지루함이나 권태를 느끼는 시기를 말한다. 글쓰기도 마찬가지다. 오랜 시간 글을 쓰다 보면 지루하거나, 게을러질 수 있다. 이런 시기를 글태기라고 한다. 글태기는 글을 오랫동안 썼지만 목표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을 때 생긴다. 출간을 목적으로 썼지만 실질적으로 출간이 되지 않거나, 운영하는 글 플랫폼의 구독자가 늘지 않을 때 현타가 오곤 한다. 권태기를 극복하는 방법이 있듯이, 글태기를 극복하는 방법도 있다. 저마다의 방법이 존재할 것이고, 이런 극복 뒤에는 꾸준함이 존재한다.


주변에서 오랜 기간 글을 쓰시는 분들도 종종 만난다. 하지만 이렇게 쓰는 모든 사람들이 출간의 기쁨을 누렸거나, 목표한 계획을 모두 이루지는 않았다. 그래도 그들은 꾸준히 쓰고 있다. 서로 다른 목표를 갖고 그분들 나름의 성과가 있었을 것이다. 또한 앞으로 글쓰기로 꿈꾸는 소망들도 있을 것이다. 그에 앞서 글쓰기를 좋아하니 이 모든 게 가능할 것이다. 자신만의 루틴을 갖고 꾸준히 글쓰기를 하다 보면 좋은 기회와 결과가 생길 수 있다. 그런 측면에서 매일은 아니더라도 정기적, 계획을 갖고 꾸준히 쓰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글을 쓰기 시작한 지 5년, 나도 예전과 같이 매일같이 쓰지는 못한다. 하지만 이런 내게도 꾸준함은 지금도 잊지 않고 지켜나가는 숙제다. 일주일에 브런치 글 한 편 쓰기, 오마이뉴스에 그룹 기획기사 한 편 쓰기는 현재까지 지켜나가는 내 루틴 중 하나다. 작년에도 여러 차례 기고, 강연 등 섭외 요청이 있었다. 올해도 지방 출판사에 글 한편을 기고했다. 이 모든 게 꾸준히 쓰다 보니 발생하는 일이다. 나도 아직 최종 목적지에 도달하지 못했다. 하지만 지금의 루틴대로 꾸준하다 보면 어느 순간 목적지에 도달할 수 있지 않을까 희망한다. 모든 일이 그렇지만 꾸준함에 실망은 있지만 실패는 없는 것 같다. 내겐 여러 차례 실망은 있었지만 내가 끝내지 않는 한 실패는 없는 게 내 글쓰기인 듯싶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