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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추억바라기 Jun 05. 2023

분실했던 사과폰을 찾고도 기쁘지 않은 건...

아무것도 알 수 없는 상황이라도 넘겨짚는 실수를 하지 말아야 한다

살다 보면 오해를 받을 일이 종종 생긴다. 오해받은 걸 알게 되면 바로 해명하고, 풀면 된다고 생각하지만 많은 상황들이 생각처럼 지는 않다. 오히려 오해가 오해를 낳는다는 표현이 더 들어맞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오해받을 상황을 만들지 않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하지만 모든 상황을 통제하는 것은 어렵다. 종종 그런 상황을 예상하지 못한 채 오해받을 상황에 주인공이 될 때가 많다.


잘 모르는 사람이 다른 사람의 말을 내게 전하거나, 의도하지 않게 내 험담을 엿듣게 되는 경우가 있다. 머리로는 신경 쓰지 않는다고 하지만 가슴은 머리와 다른 곳에 머물러 있다. 상황 파악은 뒷전이고 말과 행동은 어느새 따로 놀게 된다. 아니라고 했지만 현실은 어느새 부정적인 오해로 상황을 바꾸곤 한다.


며칠 전 퇴근길에 딸아이가 폰을 분실했다는 카톡을 아내에게서 받았다. 중학교 졸업 선물로 120만 원이라는 거금을 완납한 최신형 사과폰이다. 이제 고등학생이 된 딸이 사용하기에는 너무 고가의 폰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딸의 바람과 아내의 설득에 폰 구매를 하고 말았다.


처음에는 딸의 기뻐하는 모습에 잘 사줬다고 생각했지만 시간이 갈수록 조금씩 후회가 밀려왔다. 스마트폰 사용량이 더 늘어난 것도 안타까웠지만 고가의 폰을 함부로 다룰 때가 더 신경이 쓰였다. 언제고 사달이 날 거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드디어 우려하던 사고가 터졌다. 바로 딸아이가 사과폰을 분실한 것이다. 사건의 경위를 물어보니 학원가는 버스에서 내려보니 폰이 없어졌다고 했다. 아마도 주머니에 넣어놓았던 사과폰이 주머니 밖으로 빠져나온 듯싶었다. 혼잡한 버스에 앉아가다 보니 폰이 빠지는 것조차 인지하지 못한 듯했다. 4개월밖에 되지 않은 폰은 최상의 상태라 분실한 폰을 찾기란 쉽지 않을 듯했다.

 

아무것도 알 수 없는 깜깜이 같은 상황이라도 넘겨짚는 실수를 하지 말아야 한다.


아내에게 소식을 전해 듣자마자 내가 한 행동은 딸아이 전화로 끊임없이 전화를 거는 것이었다. 한번, 두 번, 세 번... 일곱 번, 전화 착신음은 끊임없이 울렸지만 전화를 수신하는 사람은 없었다. 고가의 폰이고, 사람들의 이동이 많은 퇴근 무렵이라 찾을 거라는 기대는 저버린 지 오래였다. 그래도 그대로 포기할 수는 없었다. 전화를 거는 내내 사과폰을 주웠을 누군가를 생각했다. 마음을 돌리길 빌어도 봤다가, 잘 먹고 잘살라고 악담도 뱉어봤다가. 내 마음속은 태풍으로 요란하고, 시끄럽기 그지없었다.


전화를 열 번쯤 걸었을 때였다. "여보세요" 힘없이 끊으려던 전화기 너머로 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너무 놀란 나머지 잠깐 말을 잊었다. "저기 전화 거신 분은 누구세요" 대답을 하지 않자 딸의 전화를 받은 남자가 내 신원확인하려고 했다. "아, 지금 받으신 핸드폰 주인이 제 딸인데요. 혹시 핸드폰 주우신 분이세요?" 자신이 받은 아이폰 주인의 보호자라고 하자 이내 짧은 대화 이후 통화를 끊었다. "지금은 전화받기 어렵습니다. 버스 종점 사무실에 맡겨놓을 테니 찾아가세요"


잠시 지금 상황이 이해가지 않았지만 이내 전화를 받은 상대가 버스 기사님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운전 중이던 그는 최소한의 신원 확인과 분실폰의 상태만 알려주고 급하게 전화를 끊어야 했다. 운전을 하던 그가 할 수 있는 최선이었다. 난 알고 한 일은 아니지만 여러 승객들을 태웠던 버스 기사님의 운전을 방해하는 전화를 수차례 걸었다. 게다가 상황을 알지도 못한 채 마음속으로 그를 험담했었다. 부끄러운 행동이었고, 성급한 오해였다. 결국 폰은 분실된 지 만 하루도 되지 않고 다시 딸아이 손으로 돌아왔다.



확실하지도 않은 일에 추측만으로 상황을 그리고, 등장인물의 역할을 끼워 맞춰 본 적이 있다. 많은 사람들이 아니라고는 하지만 대부분 경험한 일들이다. 회사에서 상사로부터 깨지는 일이 가끔 있을 것이다. 자신은 비련의 주인공, 상사를 악역으로 등장시켜서 상상의 나래를 피운 적이 있다. 상사의 성격, 인성 등을 묶어 종합세트로 험담을 하며 상황을 이야기하곤 했다. 사건의 본질보다 나와 맞지 않은 상사의 업무 스타일이 문제라며 주변에 동조를 구하곤 했다.


한, 두 번은 쌓였던 스트레스도 날리고, 통쾌함마저 들 수 있다. '안 보이는 데서는 나라님 욕도 한다'라고 하지 않았던가. 하지만 그런 일이 반복되면 본질을 흐려 작은 문제가 또 다른 상황을 만들 수 있다. 혹시나 상사의 귀에 들어가 악의적인 관계로 치달을 수 있다. 정작 동료들에게 상사의 문제가 아닌 자신의 문제임에도 공감을 강요할 수도 있다. 혈연이 아닌 이해관계로 얽힌 직장에서 넘겨짚는 실수로 피해를 보는 경우는 만들지 말아야 한다. 상황도 가려서 만들고, 오해도 돌아올 만큼만 상상해야 하는 이유다.


연인들끼리 다툼에서도 일방적인 오해에서 빚어지는 다툼이 많다. 궁금하면 물어보고, 이해가 가지 않으면 얘기를 하면 될 일이다. 상대방이 알아서 해주면 좋겠지만 그리 센스 있는 상대는 흔하지 않다. 오히려 알아서 그런 상황을 피하고, 솔직히 얘기하고 이해를 구하는 것은 상대방의 눈치를 보는 것이다. 상대방을 존중하는 것과 귀찮은 상황을 피하기 위해 눈치를 보는 것은 다를 수밖에 없다. 관계가 오래 지속되기를 기대하기가 어려운 사이다.


모든 관계는 단방향이 아니다. 서로 기대치가 다를 수 있지만 양방향 관계라야 지속적일 수 있다. 잘못된 이해가 오해다. 오해도 결국 상대방의 확인 없이 자신이 생각하고, 결론까지 내기 때문에 생기는 문제다. 오해는 언제든지 생길 수 있다. 다만 가다가 돌아올 만큼의 오해에서 그쳐야 한다. 관계의 시작과 끝은 결국 서로 간의 이해에서 비롯된다. 헷갈리지 말아야 한다. 눈치가 있는 것과 넘겨짚는 건 차이가 크다.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결론까지 짓는 실수는 범하지 말아야 한다.


그나저나 딸아이 그 비싼 사과폰을 분실 후에 든 생각이 하나 있다고 했다. 고등학교 내내 스마트폰 없이 지내볼까라는 기특한 생각을 했단다. 폰을 찾은 게 후회가 밀려오는 대목이었다. 그냥 찾지 말고 뒀으면 하는 생각이 이 글 쓰면서도 든다.


'아~ 폰 찾은 게 마냥 기쁘진 않네. 아쉽네, 아쉬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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