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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추억바라기 Oct 30. 2024

자전거 타면 부부사이도 좋아진다

좋은 부부 관계 시작은 함께 할 수 있는 취미부터

'영희 씨 당근에 자전거 빨리 알아봐요. 그냥 저렴하고, 너무 오래되지 않은걸로요'


올 가을 들어서 아내와 함께 할 수 있는 취미가 하나 더 늘었다. 그건 바로 라이딩. 날씨 좋을 때 둘이 함께 걷는 산책도 좋지만 시리도록 파란 하늘 아래 시원하게 바람 가르며 달리는 자전거를 함께 하고 싶었다.


하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함께 하기에는 너무 먼 취미로 생각됐다. 아내는 자전거 타기를 겁내는 건 기본이었고, 수년 전 자전거를 탔을 때도 불안한 모습을 여러 차례 보여줬다. 실제 마주 오는 사람이나 자전거만 보면 겁부터 집어먹고, 잘 달리던 자전거도 삐뚤빼뚤 금방이라도 처박을 기세였다. 그런 모습을 여러 차례 봐서인지 선 듯 타보자고 권하기도 미안하고, 걱정됐다.


작년 10월에 갑자기 생긴 공돈으로 덥석 구매했던 자전거도 사실 아내와 함께 탈 걸 기본전제로 구매했다. 자전거가 마음에 들기도 했지만 일부러 아내가 탈 수 있을만한 작은 사이즈로 결정했다. 그렇게 샀던 자전거로 집 근처를 돌며 아내를 맹훈련해봤지만 좀처럼 아내의 실력은 늘지 않았다. 오히려 '안장이 조금 더 낮으면 탈 수 있을 것 같다', '접었다 펴기가 어렵다' 등 자전거에 대한 불만을 늘어놓을 뿐이었다.


큰 마음먹고 조금 멀리 운정호수까지 끌고 가봤지만 잘 달리다가도 앞에 사람만 오면 비틀거리거나 멈춰버리는 건 고쳐지지 않았다. 그렇게 우리가 함께 없는 하나 늘어났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건 나의 기우였다. 올해 가을이 오기 전 아내는 자신의 포부를 내게 말했다.


'철수 씨, 나 올해가 가기 전에 자전거 열 번 타고 말 거예요'


뭔가 자극이 있었는지 아직까지 나와의 라이딩을 포기하지 않았다는 게 고무적이었다. 막상 아내와 자전거를 함께 타면 걱정이 또 생기겠지만 아직 타겠다는 생각이 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먼저였다.


'영희 씨, 오늘 자전거 타러 나갈까? 날씨도 좋은데 호수공원 어때요'


뜨거웠던 여름이 가고 선선한 바람이 불어올 무렵 아내에게 라이딩을 제안했다. 걱정스러운 표정에 조금은 망설이는 것 같았지만 이러다 포기하지 싶어 조금만 더 타다 보면 잘 탈 수 있을 거라고 아내를 부추겼다.


하지만 막상 끌고 나왔지만 처음 자전거에 올라 페달을 저을 때까지 어려움은 있었다. 마주 오는 사람이 보이거나, 사람 없는 자전거 도로라도 좁은 구간만 만나면 아내는 어김없이 안장에서 내려와 타던 자전거를 끌고 갔다. 그런 아내를 보며 조금만 용기를 냈으면 했지만 막상 내가 할 수 있는 건 그런 아내와 함께 끌고 가던가, 조금 앞서서 기다려 주는 게 전부였다.


호수공원까지 가는 공원길은 쉽지만은 않았다. 사람도 많았지만 자전거를 끌어야 할 육교도 여러 차례 지나야 해서 안 그래도 익숙하지 않은 자전거에 체력소모까지 걱정이 커졌다. 그래도 차츰 페달 위에 올랐던 아내의 발은 땅을 딛는 횟수도 줄었고, 타고 가는 자전거 속도도 조금씩 오르기 시작했다. 우린 그렇게 달려 50여 분 만에 호수공원에 도착했다. 평소에 혼자 타면 20분 거리였지만 아내에게 붙은 자신감 값 치고는 비싸지 않게 치렀다 생각하니 오히려 끌고 나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운 날씨와 긴장하며 달려온 탓에 아내의 이마에는 땀으로 젖은 머리가 달라붙어있었다. 하지만 표정만은 한결 홀가분하고 가벼운 모습이었다. 집에서 싸 온 물, 과일에 공원 매점 컵라면으로 든든하게 배를 채운 뒤 공원 자전거길로 조금 더 라이딩을 즐긴 뒤 집으로 돌아왔다.


'힘들지 않아요? 평소 타지 않던 자전건데 오늘 조금 무리한 거 아닌가 걱정스럽네요'

'다리가 좀 뻐근하고, 허리도 조금 아픈데 괜찮아요. 우리 다음 주에도 타러 나가는 거죠?'


그날 이후부터 우린 주말이 되면 함께 할 일이 하나 더 늘었다. 아직 10번을 채우려면 여러 번 남았지만 그래도 시작이 좋다. 아내는 나와 함께 12~3Km를 타고 온 다음날부터 자전거에 제대로 자신감이 붙은 듯하다. 아직 나갔다 하면 다리 한, 두 군데 멍이 드는 건 다반사지만 어젠 혼자 두 시간 자전거를 타고 왔다고 자랑까지 늘어놓는다. 얘길 듣자 하니 다음 주에 지인들과 함께 자전거를 타기로 했단다. 그래서 더 맹훈련(?) 중이지 싶다.  



함께 지내오면서 서로가 진심으로 좋아하는 취미를 알게 다. 하지만 정작 함께해야겠다는 생각은 깊이 들지 않은 일이 더 많다. 그런 일들은 단지 상대방의 취미를 지지하고 응원할 뿐이다. 각자의 시간에서 자유롭게 숨 쉴 수 있는 시간도 중요하지만 상대방을 존중할 시간도 필요하다. 그래서 아내와 난 자신을 존중하고, 배려하는 시간뿐만 아니라 상대의 시간도 이해하고, 지지한다.


반대로 긴 결혼생활에 함께 하는 것 또한 늘기 마련이다. 특히 함께 즐길 수 있는 취미가 늘어난다는 것은 무척 행복한 일이다. 긴 세월 함께하면서 굴곡 없고, 부침이 없는 부부가 있을까. 파란만장한 인생에 변곡점이 있듯이 사이좋은 부부간에도 터닝포인트처럼 극적인 전개는 아니어도 사소한 변곡점은 하나쯤 있다. 지금까지 바쁘다, 피곤하다, 맞지 않는다 등의 핑계로 못 봤던 아니 피했던 시선을 제대로 대면해 보는 것만으로도 시작일 수 있다. 조금 관심을 가져보면 함께 할 수 있는 것이 보이고, 그렇게 시작하다 보면 부부관계에도 변화와 활력이 될 수 있다. 긴 시간을 함께할 부부 사이일수록 같이할 취미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보물을 찾은 기분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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