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원이라 부르는 죽음의 노래
붉은 달이 바다로 가라앉은 뒤 며칠 동안 성림시는 낮보다 밤이 더 붉게 달아올랐다. 어둠이 찾아오면 해풍이 불어 바다내음과 비릿함을 골목 곳곳에 스며들게 했고, 산 쪽으로 뻗은 도로의 가로등은 수명이 다 된 것처럼 연신 깜빡거렸다. 더욱 분위기를 음산하게 만든 건 깜빡거리는 가로등이 마치 피라도 흘리듯이 점점 더 붉게 변해갔다.
인구 30만, 관광과 수산업으로 번성하던 도시의 표정은 겉으로는 평온해 보였지만 실상은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워진 어둠 속 도시로 변해가고 있었다. 분주하던 도시의 낮이 지나고 밤이 스며들 때쯤이면 마치 유령도시라도 된 듯 지나다니는 사람이 줄고, 화려한 네온사인도 언젠가부터 종적을 감췄다. 운행 중인 영업용 택시가 오히려 낯설게 보일만큼 도시는 이유를 설명하지 못한 채 불안을 공유했다.
실종! 얼마 전부터 그 단어가 지역신문 1면, SNS, 시장 골목 사람들과 사람들이 모이는 곳마다 뿌리를 내렸다. 아이 하교를 돕기 위해 초등학교 앞에서 아이를 기다리던 어머니가 아이와 함께 사라졌다. 항만 창고에서 야간 근무하던 청년도, 산책하러 나간 노인도, 대학가의 여학생들도 바닥에 고인 물이 수증기로 증발하듯이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사라진 이들의 공통점은 하나였다. 모두가 최근 몇 달 사이 ‘해원의 집회’라는 신흥 종교 모임에 발을 들였다. 그들은 모임을 다녀온 뒤 자신은 곧 구원받을 것이라는 메시지를 주변인들에게 수차례 남겼다. 경찰은 특별수사반을 꾸렸지만 이렇다 할만한 증거를 찾지 못했고, 수사는 오랜 기간 오리무중 상태였다. 실종자들의 휴대폰은 성림항, 성지산 자락, 도심 곳곳을 오가다 끊어졌고, CCTV에서조차 그들의 행적을 좀처럼 찾을 수가 없었다. 다만 실종자들이 사라질 무렵 그들의 집 근처 CCTV에는 정체를 알 수 없는 붉은 천이 스쳐 지나가는 영상이 잡히곤 했다.
이 사건을 두고 사람들은 수군거렸다. 그들 모두는 가산을 털어 구원을 사려고 했다고. 이렇게 모인 성금으로 얼마 전 ‘해원의 집회’가 성림시 외곽 숲 속 어딘가에 커다란 안식처를 세웠고, 밤마다 붉은 등불을 켜고 노래를 부른다고.
그 불길한 노래가 처음으로 선명히 들린 날, 강림과 해담이 성림시를 찾았다. 두 사람은 KTX에서 내려 택시 승강장으로 이동했다.
"기사님, 성림항 근처에 있는 스퀘어 호텔로 가주세요." 뒷좌석에 탄 해담이 택시 기사에게 목적지를 말했다. 해담의 말을 들은 택시기사는 기어를 바꾸고 택시를 출발시켰다. 그들이 탄 택시의 미러에는 붉은 십자가 스티커가 붙어 있었다. 그 스티커는 보통의 십자가 문양과는 달라 보였다. 강림이 그 십자가를 힐끗 보더니 이내 표정을 바꾸고 창밖으로 시선을 옮겼다. 해담은 이런 강림의 분위기를 눈치챘는지 택시기사에게 물었다.
“들려오는 소문에 요즘 도시가 시끄럽던데요.”
“글쎄요, 외지 분들이라 좀 예민하신 거 같습니더.” 운전사가 퉁명스레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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