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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화, 마지막 빛 파나스

어둠이 사라진 자리

by 추억바라기

광장은 깊은 심해처럼 칠흑 같은 어둠에 잠겨 있었다. 검은 태양의 심장에서 터져 나온 광채는 이계의 기운과 뒤섞여 도시를 집어삼켰다. 거대한 문 뒤에서 모습을 드러낸 강마의 실루엣은 그 자체로도 모든 존재를 짓누를 듯한 위압감을 뿜어냈다. 강마의 출현과 함께 광장을 짓누르는 압도적인 기운에 다섯 퇴마사들은 극한의 긴장감을 느꼈다. 그들의 몸은 무의식적으로 강마의 존재에 반응하고 있었다.

준우의 오른손에 모였던 푸른 결기의 힘은 길고, 영롱한 푸른빛을 유지하지 못하고, 불안정하게 깜빡였다. 수많은 위기 속에서도 흔들림이 않던 그의 손은 강마의 거대한 존재감 앞에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부정하고 싶었지만 준우가 느낀 감정은 두려움을 넘은 공포 그 자체였다.

해담은 자신도 모른 체 굳게 다문 입술을 잘근잘근 깨물고 있었다. 퇴마검을 잡고 있던 그녀의 양손은 땀으로 이미 축축해져 있었다. 손목부터 팔꿈치까지 서서히 차오르는 압도적인 마력에 팔 전체가 찌릿찌릿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미란도 긴장하기는 마찬가지였다. 떨리는 손을 감추려고 일부러 부적을 꽉 쥐었으나, 손가락 끝에서부터 시작된 떨림은 다리까지 휘청거릴 만큼 몸 이곳저곳을 퍼져나갔다. 그녀는 차가운 새벽 공기를 들이마시며 두려움과 공포로부터 무너진 마음에서 벗어나려고 애썼다.

강림은 압도적인 힘 차이를 느껴서인지 총을 더욱 세게 잡았고, 너무 세게 총을 쥔 덕분에 손가락 마디가 하얗게 변해 있었다. 머리로는 강마의 힘을 분석하려 했지만, 그의 마음은 이미 경고음을 울리고 있었다. 감정의 변화가 없는 강림마저 굳은 얼굴이어서 지금의 상황이 얼마나 좋지 않은지를 알 수 있었다.

유진은 불경을 읊으며 염주를 돌리던 손을 멈추고 떨리는 숨을 들이켰다. 그의 얼굴은 핏기 없이 창백해졌고, 버티던 정신과 몸은 이미 한계에 다다라 있었다. 그는 마지막 결전이 눈앞에 다가왔음을 직감했다.

“정말 압도적인 힘이네요. 저 마력, 피부 속 털 한 올 한 올이 모두 느낄 만큼 찌릿찌릿하네요.” 고개를 절레절레 젓던 해담이 퇴마검을 고쳐 잡으면서 낮게 중얼거렸다.

“우릴 시험하는 건가….” 강림이 결계와 소멸의 장치를 강마에게 날렸다. 얇은 원반이 빠르게 날아가 강마가 섰던 바닥에 닿으며 투명한 빛의 장막을 펼쳤다. 하지만 장치를 날린 곳에 서있던 강마에게는 어떤 변화도 없었다.

강마는 광장 전체를 울리는 굵은 목소리로 웃었다.

“인간 따위가, 나를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하느냐? 너희들의 힘은 내겐 무용지물이다.”

말이 끝나자마자 휘두른 강마의 거대한 손이 허공을 갈랐다. 강마의 손짓 하나에 주변 공기가 무너져 내렸다. 검은 파동이 사방으로 퍼지며 다섯을 뒤덮었다. 해담이 두 팔을 교차해 퇴마검으로 막아냈지만, 날아드는 충격파에 그대로 바닥에 처박히며 입가에서 붉은 피를 토해냈다.

“큭…!”

미란은 재빨리 멸화부를 꺼내 방어를 펼쳤으나, 검은 불꽃이 부적을 태우며 손바닥까지 검은 불길이 번졌다. 그녀의 팔목은 화상 자국처럼 붉게 달아올랐다.

강림은 연속 사격으로 틈을 만들려 했으나, 그림자 방패에 튕겨 나온 탄환의 파편이 어깨를 스쳤다. 강렬한 통증에 잠시 몸이 휘청거렸지만, 이를 악물고 총을 다시 겨눴다.

유진의 염주가 강마의 압력에 튕겨 나가 돌바닥 위로 흩어졌다. 급히 다시 진언을 외우려 했으나, 숨이 막혀 단전에서 올라오는 기운조차 끊기는 듯했다.

가장 가까이에서 검은 기운을 맞은 준우는 그대로 무릎을 꿇고 말았다. 푸른빛 결기의 검마저 불안정하게 흔들리며, 금방이라도 꺼질 듯 깜박였다.

다시 한번 강마의 거대한 손이 날아들었다. 검은 바람이 폭풍처럼 몰아쳐 다섯 주변의 건물들을 쓰러뜨렸다. 콘크리트와 유리 조각이 퇴마사들을 향해 날아들었으나, 때마침 던진 유진의 염주알이 이를 막아냈다. 그러나 김찬수와의 전투에 연이은 전투라 그의 이마엔 이미 굵은 땀이 맺혔다.

“이런 전개라면 우리 모두 오래 버틸 수 없습니다.” 유진이 모두에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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