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지고 있는 고정관념이 무엇이든 간에 바꿔야 할 건 바꾸고, 지킬 건 지키며 살아야 하지 않을까요?
고정관념의 사전적 의미를 찾아보면 '잘 변하지 아니하는, 행동을 주로 결정하는 확고한 의식이나 관념' , '어떤 집단의 사람들에 대한 단순하고 지나치게 일반화된 생각들'로 정의되어 있다. 즉, 오랜 세월을 거듭해 오며 하나의 큰 개념으로 자리 잡아 온 것이 고정관념이다. 특정 개인의 개성이나 개인차 또는 능력을 무시하고, 단순히 그 개인이 특정 집단의 구성원이라는 이유로 집단이 속한 특정 범주로 귀속시키는 관념이다. 절대 좋은 뜻으로 통용되는 단어는 아니다.
사람들에게 이런 고정관념으로 자리 잡고 있는 것들은 살면서 많은 행동에 제약을 주거나 영향을 주곤 한다. 이런 것들 중한 가지 예로 사람의 이름을 빨간색으로 쓰는 것을 꺼려하는 행동을 짚어볼 수 있을 듯하다. 예전우리가 어렸을 때만 해도 빨간펜으로 이름을 쓴다는 것은 상상을 할 수가 없을 정도로 붉은색이 주는 의미 자체가 많은 두려움을 줬었던 것 같다. 그건 과거 빨간색으로 사람의 이름을 쓰면 그 이름이 쓰인 사람이 '죽는다'라는 속설, 고정관념이 오랫동안 자리 잡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것의 유래를 찾아보면 과거 진시황이 자신만이 붉은색으로 이름을 쓰고 싶어서, 제위기간 중에 자신 이외에 어느 누구도 붉은색으로 이름을 쓰게 되면 가차 없이 처형을 하였다. 이런 진시황의 욕심 때문에 붉은색으로 이름을 쓰는 것을 두려워하면서부터 오랜 기간 속설로 전해져 오게 되었고, 우리나라에도 영향을 끼치게 되었다고 한다.
오랜 기간 뿌리내려 온 잘못된 속설 하나가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들 사고에 깊게 자리 잡은 것을 보면 이런 고정관념의 영향력은 단순하게 지나치거나, 간과하기에는 무서움과 두려움 자체로 받아들여진다. 이런 고정관념은 사회 통념적인 사고로 자리 잡고 있는 것도 있지만, 특정 집단이나 가족들, 지역사회에서 갖고 있는 고정관념도 적지 않다. 이런 고정관념은 전통이나, 징크스, 트라우마 등과는 차이가 분명히 존재한다. 서두에서도 얘기하였듯이 고정관념의 가장 큰 폐해는 개인의 개성이나 능력차 등 서로 간의 다름을 인정하지 않고, 사회 통념적인 또는 단체의 관념에 묶어서 같아야 함을 강요하는 데 있다.
함께 사는 사회에서 눈치 보지 않고 자신이 생각한 대로 함부로 행동하고, 말하고, 여러 사람들에게 피해 주는 일들은 잘하면서, 이런 악습이나 무익한 행동, 지역론, 성차별, 계급론, 권력주의 등은 꾸준히 지켜지는 것을 보면 아쉬움은 생각 있는 사람들만의 몫인가 싶다. 서로 간의 다름을 인정하고, 오래된 나쁜 습관이나 관습, 시대착오적인 생각들은 포용하는 자세로 없애고, 고치고, 바꾸는 행동이 절실히 필요하다.
요즘도 나는 아무 생각 없이 메모를 하다가 깜짝깜짝 놀라곤 한다. 손에 잡힌 빨간펜으로 연락처, 연락해야 할 사람 등을 적을 때면 내가 모르는 또는 가깝지 않은 사람임에도 붉은 빛깔을 내는 펜 앞에서는 어떤 총, 칼만큼이나 머릿속을 맴도는 한 단어가 있다.
'두려움'
붉은 빛깔을 내는 펜은 세상 모든 이름 앞에서는 아무 의미 없는 형식이자, 행동인 듯 하지만 나의 고정관념이 얼마나 깊이 뿌리내리고, 각인되어 있는지를 아쉽게도 단박에 확인시켜 주곤 한다. 이럴 때마다 웃을 뿐 달리 방법이 없다. 붉은색으로 이름을 쓰기 꺼려지는 이유를 알고 보니 정말 아무것도 아닌데도 40년을 넘게 이리 살아온 게 억울하지만 이제부터라도 알게 되었으니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그렇다고 당장 내일부터 붉은색 펜으로 내 이름, 다른 사람의 이름을 바로 쓰기는 어렵지 않을까? 이렇게 긴 세월에 길들여져 왔는데. 그냥 막 쓰기에는 아직도 찜찜함이 남아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