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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 터지는 아침의 단상

명절 승차권 예매 또 먹통… 설렘 대신 좌절 안겨준 코레일 시스템

by 추억바라기

추석과 설은 일 년에 두 번 찾아오는 민족 대이동의 날이다. 말 그대로 수많은 가족들이 그리운 가족을 오랜만에 만나러 가는 설렘과 행복의 길이다. 그래서 승차권 예매는 단순한 표 구매가 아니라 명절의 시작을 알리는 첫 단추를 꿰는 것과 같다. 그러나 올해도 예외는 없었다. 코레일의 명절 예매 시스템은 첫날부터 접속 장애로 사실상 ‘먹통’이 되었고, 접속이 가능해진 이후에도 사용자들이 한 번에 몰려 한 순간 100만 명을 넘기기도 했다. 많은 이용자들은 이른 아침부터 좌절과 분노 속에 예매 전쟁을 치러야 했다.


“51, 52, 53… 58, 59, 땡!”
“이게 뭐야, 접속이 안 돼요.”

추석 예매 첫날 아침 7시. 한참을 스마트폰과 씨름하던 아내가 실망과 당황 사이 어디쯤의 표정으로 말했다. 접속이 안 되는 게 내 탓은 아니지만 접속이 되지 않으니 함께 예매해 달라고 괜히 말한 것 같아 괜스레 미안했다.

"아... 코레일 또 말썽이네요. 이거야 원 해마다 좋아져야지. 명절 때마다 이 씨름을 하고 있으니. 아휴-."

출근이 조금 늦을 거라는 양해를 회사에 미리 구한 난 아내와 함께 스마트폰 두 대와 노트북을 켜 놓고 접속을 시도했다. 하지만 기대했던 빠른 대기순서는 나오지 않고, 오히려 접속 화면은 한참을 멈춰있었다. 뒤이어 나온 접속장애 문구로 아내와 내게 더 큰 실망감을 안겼다.


난 코레일 접속 예매 시스템과 이십여 분을 씨름하다 결국 포기하고 출근길을 서둘렀다. 명절마다 늘 겪는 고생이었지만 올해처럼 접속 자체가 안 되는 경우는 처음이었다. 우리는 결혼 후 십여 년 동안 빠짐없이 명절 기차표 예매에 도전했다. 고향이었던 포항을 찾기 위해서였고, 장남으로서 집안 제사를 지내야 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생각보다 과거에는 예매 성공률이 나쁘지 않았다. 예매 당일을 놓친 적은 단 한 번 뿐이었고, 그때조차 현장 발권으로 표를 확보했다. 그러나 올해는 아침부터 출근하면서까지 실패의 연속이었다. 출근길 지하철에서도 스마트폰 앱으로 끊임없이 시도했지만 돌아온 답은 6만 번 대의 대기순서였다. 다행히 아내가 1 만번대의 이른 대기순서로 어렵게 표를 잡았지만 원하는 시간대는 아니었다.


코레일 예매 지연, 장애사고는 올해만의 일이 아니다. 해마다 크고 작은 지연, 접속 장애로 명절 예매 때마다 사용자들의 답답함은 종종 되풀이되고 있다. 2022년, 2017년 추석 예매 때도 서버 과부하와 접속 오류로 많은 이용객들이 예매에 어려움을 겪었던 적이 있다.

*출처 : 뉴스 1, 코레일, 추석 연휴 승차권 예매 접속 지연 사과 기사

기사로는 나오지 않았지만 최근 10년간 많은 접속지연, 접속장애로 인한 불편한 상황들은 체감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이처럼 접속 장애와 지연은 그간 반복되어 왔다. 개선되었다는 소식보다 해마다 명절 예매 때 다시 터지는 ‘접속지연, 접속 장애’라는 표현이 더 익숙한 게 현실이다. 특히 명절 예매 시점에는 수요가 폭발적으로 몰리는 것을 예측할 수 있는 만큼 사전 대응과 시스템 여력 확보는 기본이어야 한다.


기술 인프라가 발전한 시대임에도 이러한 장애가 반복된다는 사실은 오히려 안타까운 현실이다. 단순히 서버 증설이나 분산만으로 매번 임시 대응하는 것은 한계라는 생각이다. 근본적으로 시스템 구조, 사용자 처리 로직, 예약 요청 폭주 대비 개선, 부하 분산 구조 등을 종합적으로 점검하고 설계해 나가야 할 것이다.


또한, 장애나 지연이 발생했을 때 책임 주체와 보상 방안이 명확해야 할 것이다. 사용자 입장에서 ‘왜 안 되는지’, ‘언제 복구되는지’에 대한 안내 없이 무작정 대기할 수도, 그렇다고 예매를 포기할 수도 없는 입장이다. 명절 때마다 시스템 장애가 되풀이되다 보면 ‘명절 예매=먹통’이라는 씻을 수 없는 오명을 남기고, 코레일에 대한 신뢰는 되찾기가 어려워질 것이다.


명절 예매, 설렘으로 다시 시작되기를

명절 예매 시스템은 이제 단순한 정보 시스템을 넘어 ‘국민 서비스 인프라’의 일부다. 물리적으로 사람들은 이동해야 하고, 시간도 한정돼 있다. 그 시작점인 예매 시스템이 반복적으로 실패한다면, 이 서비스의 본질은 흐려질 수밖에 없다. 철도는 단순한 교통수단이 아니라 국가 기반 서비스다. 그 시작점인 예매 시스템은 더더욱 국민 신뢰 위에 서 있어야 한다. 지금처럼 매년 장애가 되풀이된다면 “국민 서비스”라는 이름이 무색해질 수밖에 없다.


앞으로는 더 이상 이른 아침부터 화면 멈춤, 접속지연 장애와 씨름하며 시작되는 명절이 아니라, 설렘으로 출발할 수 있는 명절이 되길 소망한다. 이것이 수백만 국민의 작은 소망이자, 공기업 코레일이 반드시 지켜야 할 책임이라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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