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우리가 준비한 설날 첫제사상 괜찮았어요? 정성스레 준비한다고 했는데, 많이 드시고 가셔요."
시골집에서 항상 지내오던 제사 때에는 몰랐었다. 아니 어머니와 함께 제사 준비할 때는 몰랐었다. 제사 한 번 지내려고 이렇게 준비할게 많은지.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고 꽤 오랜 시간 지내오던 명절 제사 때는 난 어머니와 아내가 준비하는 중간중간 심부름과 약간의 제사 비용 부담이 명절 준비의 전부였다. 하지만 어머니가 편찮으시고는 작은 어머니 집으로 제사가 옮겨지고는 난 정말 제사 준비를 할 일이 전혀 없어졌다. 정확히 얘기하면 기회가 없어져 버렸다. 하지만 불과 두 달 전 긴 병환으로 힘드셨던 어머니가 세상과 작별하고 나서 명절 제사는 내 몫이 되었다. 아니 아내와 나의 몫이 되었다. 이번 설 명절이 우리에겐 첫제사였다. 설 오기 2~3주 전부터 우리의 마음은 분주해지기 시작했다. 명절 제사를 지내기 전에 사야 할 것들부터 하나씩 사기 시작했다. 제기, 병풍, 돗자리, 수저 등 준비할 것들은 많고 주머니는 명절도 지나지 않았는데 한껏 가벼워지고. 명절이 하루하루 다가오면 올 수록 처음 지내는 명절 제사 비용과 첫제사를 잘 치러야 한다는 부담이 온몸으로 느껴졌다.
명절 3일 전부터 아내는 제사상에 올릴 과일에 나물, 전 할 재료 등 이틀에 걸쳐서 명절 장을 봤고, 돈은 어디 은행이라도 털고 싶을 정도로 야금야금 들어갔다. 1년에 두 번이니 다행이지, 세네 번만 되었어도 명절 제사를 포기하는 사람들도 생기지 않을까 싶었다. 어머니 돌아가시고 첫제사라서 그런지 조금 더 신경 쓰는 모습의 아내를 보면서 말 한마디라도 더 '고생한다', '고맙다'란 말을 해줬지만 아내가 아마 더 원하는 건 처가에 가자고 얘기를 꺼내 주는 말 한마디가 아니었을까 싶다.
차례차례, 하나하나 장을 다 보고 나서 명절 이틀 전 저녁부터 아내는 나물국 할 준비를 하기 시작했고, 나도 미력한 내 손과 마음이라도 명절 준비하는 아내 손을 거들려고 산적을 미리 꿰어가며 동동거리며 애는 써 보긴 했지만, 아내의 마음에는 그리 크게 차지 않았을 것이다. 명절 전날 아침을 먹고 나서 우리 네 식구는 모두 아내의 호출과 명령대로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며 명절 준비에 돌입했다. 아내가 썰어놓은 호박, 고구마와 냉동 동태, 오징어, 쇠고기 등을 전을 하기 위해 부침가루 반죽을 묻히고, 아내의 진두지휘 아래 전을 굽기 시작했다.
아내는 내 서툰 손이 답답했었는지 전을 붙이는 중요 직책을 아들에게 넘겼고, 놀랍게도 아들은 아내의 가르침을 충실히 수행해가며 아내에게 나는 받지도 못했던 칭찬을 받아가며 2시간이 넘는 고된 전과의 전쟁을 마무리 지었다. 아내는 아들의 또 다른 '재능' 발견에 기뻐했고, 입은 계속 놀렸지만 묵묵히 앉아 여섯 가지 전 준비를 함께 마무리한 아들을 대견해하는 듯했다.
오후에는 동생 내외가 와서 함께 잡채 준비를 했다. 워낙 잡채를 좋아하기 때문에 봉지 당면 20인분을 모두 조리했다. 우리 아이들 고모부가 음식을 잘하는 덕에 아내는 애들 고모부를 농담 삼아 '동서'라고 부르며 함께 음식 준비를 곧 잘했었다. 저녁에는 나물국, 탕국에 생선찜까지 우리의 명절 제사 준비는 자정이 넘어서야 마무리가 되었고, 힘든 몸을 잠시 누이고 난 우린 오늘 아침 제사상을 차려놓고는 그 결과에 뿌듯했고, 그 수고에 감사했다. 명절 제사를 지내고 아침밥을 먹고 나서야 길고, 길었던 '명절 첫제사' 전투가 무사히 끝났고, 다행히 부상이나 낙오 없이 명절 첫제사를 무사히 마치며 2020년 설날을 기억할 듯하다.
"엄마, 우리가 준비한 설날 첫제사상 괜찮았어요? 정성스레 준비한다고 했는데, 많이 드시고 가셔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