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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건축의 인문학] 14편. 두칼레 궁전

— 권력과 미의 이중주

by 이안

1. 서두 — 바다 위의 궁전


산마르코 광장 끝자락, 아드리아 해를 향해 열려 있는 두칼레 궁전(Doge’s Palace)은 마치 바다 위에 떠 있는 보석처럼 빛난다. 흰색 대리석과 분홍빛 석재가 교차하는 파사드는 레이스처럼 섬세하면서도 요새처럼 견고하다. 곤돌라를 타고 바다에서 바라보면, 궁전은 단순한 건물이 아니라 도시 전체의 얼굴이 된다.


화려함과 엄숙함이 동시에 어우러진 이 공간에서
베네치아의 권력은 연극처럼 연출되고,
시민과 외국 사절단은 그 무대를 목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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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두칼레 궁전 전경 (산마르코 광장과 맞닿아 바다를 향한 파사드)


2. 역사적 배경 — 도제와 공화국의 상징


두칼레 궁전은 베네치아의 국가 체제를 집약한 건축물이다. ‘도제(Doge)’는 베네치아 공화국의 최고 권력자였으나, 왕처럼 군림하는 존재가 아니라 귀족 의회의 통제 속에서 제한된 권위를 행사하는 정치적 상징이었다. 이 궁전은 도제가 살던 집이자 정부 청사, 법정이자 의회의 회의장이었다. 다시 말해, 두칼레 궁전은 베네치아의 정치 시스템을 건축으로 구현한 도시의 헌법이었다.


화려하지만 사치스럽지 않고,
장엄하지만 독재적이지 않은 모습 속에서,
권력과 견제의 균형을 볼 수 있다.


3. 건축학적 분석 — 고딕과 르네상스의 융합


두칼레 궁전은 베네치아 고딕 양식의 정점이다.


아치가 반복되는 1층의 회랑, 기하학적 무늬가 새겨진 파사드,
섬세하게 깎인 창문 장식은 동방의 이국성과
서방의 합리성이 만난 결과물이다.


그러나 화재와 재건을 거치며 르네상스와 바로크 요소가 더해졌다. 궁전은 완성된 하나의 양식이라기보다, 끊임없이 변주된 혼합체였다. 외부의 섬세한 장식은 베네치아의 개방성을, 내부의 장대한 홀은 권력의 무게를 상징한다. 건축은 단순히 기능을 담는 그릇이 아니라, 정치적 메시지를 새긴 텍스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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