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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건축의 인문학] 16편. 마하보디 사원

— 부처의 보리수와 돌의 기념비

by 이안

1. 서두 — 숲 속의 탑, 침묵의 공간


인도의 갠지스 강 중류, 비하르 주의 작은 도시 부다가야.


아침 안개를 헤치고 나타나는 마하보디 사원은 높이 55미터의 거대한 벽돌탑이다.


주변을 둘러싼 보리수나무와 순례자들의 합장 속에서
이 사원은 단순한 건축물이 아니라 인류 정신사의 성소로 서 있다.


밤이 되면 수많은 등불이 켜지고, 탑 그림자가 바람에 흔들리며 마치 부처의 숨결처럼 공간을 감싼다. 이곳은 단순한 과거의 유적지가 아니라, 지금도 살아 있는 명상의 무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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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하보디 사원 전경 (사원탑과 보리수 함께 담긴 장면)


2. 역사적 배경 — 깨달음의 자리와 아소카 왕의 기념


마하보디 사원은 기원전 5세기,
석가모니가 깨달음을 얻은 자리 위에 세워졌다.


최초의 구조물은 목조건물이었으나, 기원전 3세기 아소카 왕이 순례하며 석조 사원을 세우고 기념 비문을 남겼다. 이후 수차례 파괴와 재건을 거치면서 지금의 탑 형태는 5세기경 굽타 왕조 시기에 확립되었다.


부처 열반 이후 불교는 인도 전역에서 성장했지만, 12세기 이슬람 세력의 침입과 힌두 부흥으로 급격히 쇠퇴했다. 그 과정에서 마하보디 사원은 힌두교 사원으로 전환되어 시바 신상과 제례가 행해지기도 했다.


불교의 성소가 타 종교의 신전에 포섭되는 이 역사는,
인도 종교 지형이 얼마나 겹겹의 충돌과 융합으로 이루어져 있는지를 보여준다.


결국 사원은 몇 세기 동안 잊히고 폐허로 남았으나, 19세기 스리랑카와 버마, 일본, 그리고 서양 학자들의 관심 속에 불교 세계의 중심으로 다시 부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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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 마하보디 사원 석조 기둥과 부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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