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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건축의 인문학] 17편. 성소피아 대성당

— 돔 위에 세운 하늘, 비잔틴의 영원

by 이안

1. 서두 — 왜 콘스탄티노플이 위대한가


보스포루스 해협과 골든혼이 만나는 삼각 반도, 동서 교역이 교차하는 지정학적 요충지에 도시가 있었다. 콘스탄티누스가 로마의 새 수도로 정한 뒤, 도시는 테오도시우스 성곽, 거대한 수도교와 저수조(바실리카 저수지), 황금 장식의 대로, 원형경기장(히포드롬), 궁정과 관청으로 제국의 심장을 갖췄다.


지중해와 흑해를 잇는 해상 네트워크, 실크로드의 상품과 사상이 모이는 관문, 곡물·비단·향료가 쏟아져 들어오는 항만. 이 모든 것의 중심에서 제국을 상징한 건축물이 바로 성소피아였다.


성소피아는 단순한 성스러운 기도의 집이 아니라,
제국의 신학·권력·기술이 결합된 도시의 심장이었다.


① 성소피아 외관 파노라마(돔과 미나렛, 구도심 전경)


2. 역사적 배경 — 유스티니아누스의 야망과 도시의 상처


532년 니카의 반란으로 옛 교회가 불타자, 유스티니아누스 황제는 “솔로몬 성전을 능가하는 신의 집”을 세우라 명했다. 건축가 안테미우스와 이시도루스는 로마의 공학과 동방의 공간 미학을 결합해 537년 성소피아를 봉헌했다. 그러나 1204년 제4차 십자군의 약탈은 성소피아와 도시의 영광을 깊게 훼손했다. 비잔틴은 다시 일어섰지만, 1453년 오스만이 도시를 정복하자 성소피아는 모스크로 바뀌고 미나렛(이슬람 기도탑)이 추가되었다.


1935년에는 박물관이 되었고,
21세기에 들어 다시 이슬람 예배가 재개되었다.
성소피아는 제국과 종교, 국가가 바뀌어도
1,500년 넘게 살아남은 ‘도시의 기억 장치’였다.


3. 건축학적 분석 — 펜던티브가 띄운 ‘빛의 돔’


성소피아의 가장 혁신적인 구조는 펜던티브(곡면 삼각 받침)였다. 정사각 평면에서 원형 돔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지게 해 주었으며, 네 개의 거대한 기둥과 반돔, 아치가 무게를 분산했다. 지름 31m의 중앙 돔 아래에는 40개의 채광창이 뚫려 돔이 하늘에 떠 있는 듯 보인다.


빛은 금박 모자이크와 대리석 벽면에 반사되어 내부 전체를 흐르는 광휘를 만든다. 건축 재료도 상징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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