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세계 건축의 인문학] 22편. 박타푸르

— 네팔의 시간과 신들의 도시

by 이안

1. 서두 — 계곡의 붉은 도시


네팔 카트만두 계곡 동쪽, 해발 천 미터 안팎의 고지대에 자리한 박타푸르는 ‘신들의 도시’라 불린다. 히말라야 설산이 배경이 되고, 골목마다 붉은 벽돌과 목조 세공이 엮인 건축이 이어진다. 계곡의 세 왕국 가운데 하나였던 이곳은 중세 네팔 예술과 종교가 집약된 무대다. 오늘도 광장과 사원, 좁은 골목은 시간이 멈춘 듯 고요하면서도 축제의 리듬으로 살아 있다.


박타푸르는 단순한 유적이 아니라,
지금도 호흡하는 ‘시간의 건축’이다.


2. 역사적 배경 — 말라 왕조의 수도


박타푸르는 9세기경부터 성장했으며, 12세기 이후 말라 왕조의 수도로 번영했다.


왕조는 힌두교와 불교를 함께 후원하며,
종교적 공존을 건축에 새겼다.


15세기 이후 카트만두와 파탄과 더불어 세 왕국 체제를 이루었으나, 18세기 고르카 왕국의 통일 과정에서 몰락했다. 그러나 몰락이 곧 보존이었다. 산업화와 근대화의 거대한 파고가 닿지 못한 채, 박타푸르는 목조 창과 벽돌 건물, 사원과 광장을 오늘까지 간직할 수 있었다. 전쟁이 아닌 지진이 도시를 위협했으나, 공동체는 매번 다시 세우며 전통을 이어갔다.


3. 건축적 특징 — 세 개의 광장과 목조 예술


박타푸르는 세 개의 주요 광장을 중심으로 펼쳐진다. 두르바르 광장에는 왕궁과 55 창문 궁전이 서 있다. 그 창살은 섬세한 목각의 극치로, 창문 하나하나가 작은 신전처럼 조각되어 있다. 금문(Golden Gate)은 금박으로 장식된 화려한 입구로, 네팔 바로크라 불릴 만한 화려함을 뽐낸다.


스크린샷 2025-10-04 184341.png

박타푸르 55 창문 궁전


따우마디 광장에는 네팔에서 가장 높은 다층탑 사원인 냐타폴라 사원이 서 있다. 30미터 높이의 다섯 층 지붕 아래에는 힘과 지혜, 용맹을 상징하는 수호상이 층층이 배치되어 신성한 상승의 길을 시각화한다.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

brunch membership
이안작가님의 멤버십을 시작해 보세요!

(전) 서울 MBC 라디오 PD.

637 구독자

오직 멤버십 구독자만 볼 수 있는,
이 작가의 특별 연재 콘텐츠

  • 총 339개의 혜택 콘텐츠
최신 발행글 더보기
작가의 이전글[남회근 금강경]13편. 여래는 오지도 가지도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