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물 위에 그린 정원의 철학
물은 이 도시의 언어이자, 시간의 기억이다.
소주(蘇州)의 거리를 걷다 보면 발밑으로 물길이 따라 흐르고, 하얀 담벼락과 검은 기와가 그 물 위에 거울처럼 비친다. 배가 다니는 좁은 운하 옆으로 늘어선 오래된 집들은 천년의 세월 속에서도 여전히 살아 있다. 바람이 불면 기와지붕이 미세하게 흔들리고, 물결이 벽에 닿아 흰 빛이 일렁인다.
이 도시는 인간이 만든 공간이라기보다,
물이 그린 풍경 속에
인간이 머물고 있는 듯하다.
① 평강거리(平江路)의 물길과 흰 벽의 가옥 전경
소주(蘇州)는 오랜 세월 동안 ‘하천의 도시’로 불렸다. 춘추전국시대(春秋戰國時代) 오(吳) 나라의 수도로 번성했고, 당(唐) 대 이후로는 학자와 예술가들이 모여드는 문화의 중심이었다. 명(明)·청(淸) 시대에는 운하를 따라 물류와 부(富)가 모였고, 문인들은 이곳의 정원들을 찾아 시를 짓고 철학을 논했다. 졸정원(拙政園)과 유원(留園)은 바로 그 시대의 산물이다. 권력자와 문인이 공존하던 시절, 소주의 정원은 단순한 사치가 아니라 사유의 공간이었다.
권력은 자연을 통제하려 했지만,
건축은 오히려 자연을 닮으려 했다.
② 유원(留園) 내부의 디테일과 주변 자연의 조화
소주(蘇州)의 고전정원은 ‘비움의 건축’이다. 물을 중심으로 정자(亭子)와 회랑(回廊), 인공산(假山)과 나무를 배치하되, 모든 요소가 서로의 반사 속에 존재한다. 졸정원(拙政園)은 넓은 연못 위에 정자를 띄워 놓고, 그 사이를 잇는 다리를 비스듬히 배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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