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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개 그림으로 읽는 보티첼리]1.봄Primavera

〈봄(Primavera, 1477–1482, 우피치 미술관〉

by 이안

1. 피렌체 우피치에서 마주한 순간


피렌체 우피치 미술관의 긴 복도를 따라 들어가면, 한쪽 벽면을 가득 채운 거대한 나무판 위의 그림이 눈을 붙든다. 그것이 바로 보티첼리의〈봄〉이다. 2미터가 넘는 높이와 3미터 폭의 화면은 실제로 하나의 정원처럼 관객을 감싼다.


수많은 꽃과 신들이 춤추는 이 공간은,
르네상스 회화가 단순한 종교화에서 벗어나 인간과 자연,
신화와 철학이 만나는 무대로 확장되었음을 보여준다.


가까이 다가서면, 붓질의 결 하나하나가 섬세하게 살아 있고, 인물들의 시선과 손짓은 살아 있는 듯한 생명감을 띤다. 그것은 단순한 감상의 대상이 아니라, 피렌체 르네상스의 정신 전체가 응축된 하나의 ‘우주’였다.


2. 신화적 무대, 아홉 인물의 합주


〈봄〉의 화면에는 아홉 명의 인물이 등장한다. 오른쪽 끝에서 바람의 신 제피로스가 님프 클로리스를 납치하듯 쫓고, 그녀는 꽃의 여신 플로라로 변모한다. 중앙의 비너스는 두 팔을 살짝 벌린 채, 혼란을 다스리는 듯한 위엄을 지닌다. 그 위로 에로스가 사랑의 화살을 겨누고, 왼편에서는 세 명의 그라치아가 서로 손을 맞잡고 춤을 추며, 가장 왼쪽의 머큐리가 지팡이로 구름을 걷어낸다. 각각의 인물은 하나의 미덕, 혹은 사랑의 형태를 상징하며 전체적으로 ‘조화와 생명의 순환’을 완성한다.


보티첼리는 그리스 신화의 장면을 그리면서도,
단순히 신화적 이야기를 재현한 것이 아니라,
고대의 이상과 르네상스적 인간 중심주의를 결합한
새로운 철학적 우주를 창조했다.


〈봄 (La Primavera)〉/ 작가: 산드로 보티첼리 (Sandro Botticelli)

제작 시기: 1477–1482년경 / 재료: 나무판에 템페라 (Tempera on panel)

크기: 203 × 314 cm / 소장처: 피렌체, 우피치 미술관 (Galleria degli Uffiz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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