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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회근의 금강경 강의]14편.여래가 얻은 게 있는가?

― 연등불 앞에서도 여래는 얻은 것이 없다

by 이안

1. 서두 — 석가모니는 무엇을 '얻은' 것인가


부처는 무엇을 얻었는가? 오도(悟道)의 밤,
보리수 아래에서 그는 도대체
어떤 진리를 깨달았다고 말할 수 있는가?



《금강경》 제14구절에서 부처는 제자 수보리에게 이렇게 묻는다.


「須菩提!於意云何? 如來昔在然燈佛所,於法有所得不?

(수보리! 어의운하? 여래석재연등불소, 어법유소득부?)


“수보리야, 너의 생각은 어떠하냐?
여래가 옛날 연등불 앞에 있었을 때,
법에 의지해서 얻은 바가 있었느냐?”


이 물음은 단순히 과거 인연을 회고하는 게 아니라, ‘깨달음이란 얻는 것인가’라는 대담한 질문을 던지는 것이다. 깨달음은 실체 있는 대상이 아니며, 그것은 존재하는 어떤 것이 아니다. 이 한 구절에서 우리는 대승불교의 정수인 ‘무소득(無所得)’의 사유를 마주한다. 남회근은 이 구절이야말로 반야바라밀의 정점이라고 해설한다.


2. 경전의 의미 — 여래는 아무것도 얻지 않았다


남회근은 “여래가 연등불 아래에서 법을 얻었는가?”라는
이 질문을 통해,
모든 법이 본래 공(空)이므로 얻음도 없다는 점을 강조한다.


‘연등불(然燈佛)’은 석가모니가 수보리에게 자주 언급하는 과거불(過去佛)로, 인연의 깊은 뿌리를 상징한다.


남회근은 여래의 깨달음조차도 어떤 실체로 ‘얻은 것’이 아니며, 본래 모든 중생에게 내재되어 있는 진여(眞如)의 자각일 뿐이라고 말한다. 진리는 외부에 있는 대상이 아니며, 탐구나 수행을 통해 ‘획득’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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