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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개 그림의 보티첼리] 4편. 팔라스와 켄타우로스

— 이성이 본능을 다스릴 때 인간은 비로소 자유롭다

by 이안

1. 서두 — 우피치의 바람, 두 세계가 마주 선 순간


우피치 미술관의 한쪽 벽면, 비너스의 탄생의 여운이 채 가시기도 전에 낯선 긴장이 감도는 그림이 걸려 있다. 화면의 왼쪽에는 여신 팔라스(혹은 미네르바)가 서 있고, 오른쪽에는 반인반수의 켄타우로스가 있다. 그녀는 오른손으로 켄타우로스의 머리카락을 붙잡고, 왼손에는 창을 쥐고 있다. 두 존재는 정면으로 마주하지만 싸움이 아닌 대화처럼 보인다.


인간의 얼굴을 한 짐승이 고개를 숙이고, 여신은 그를 바라본다.
보티첼리는 이 순간을 폭력이나 복종이 아닌,
이성과 본능이 조우하는 내면의 장면으로 그렸다.


2. 신화의 서사 — 팔라스와 켄타우로스의 대면


고대 신화에서 팔라스는 지혜와 예술, 질서의 여신이다. 반면 켄타우로스는 본능과 욕망, 야성의 상징이다. 전설에 따르면 그리스의 영웅들은 잔치에서 술에 취한 켄타우로스들의 폭력을 진압하며 문명과 야성의 경계를 세웠다. 그러나 보티첼리의 화면 속 켄타우로스는 더 이상 광폭하지 않다. 그는 머리를 숙이고, 마치 깨달음을 얻은 듯한 표정을 짓는다. 여신의 손길은 처벌이 아니라 인도의 제스처다.


이 장면은 인간의 내면에서 끊임없이 싸우는 두 힘,
즉 이성과 욕망의 화해를 상징한다.
그는 인간 내면의 전장을 신화의 언어로 시각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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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티첼리, 팔라스와 켄타우로스 Pallas and the Centaur, 약 1482년, 템페라 패널,

207 × 148 cm, 우피치 미술관 소장

여신 팔라스가 야성의 상징 켄타우로스를 붙잡는 장면.

이성과 본능의 갈등을 시적 알레고리로 표현한 르네상스의 명상적 회화.

플라톤적 사랑, 인간의 내면, 문명의 질서가 교차하는 순간의 형상.


3. 색채와 조형의 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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