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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안 Sep 16. 2020

냥이 [키키]가 계속 울어요ㅠㅠ

-제주살이하는 러시안 블루 [키키]의 관찰일기 (2)-

지난 금요일에 제주도 표선면 피터팬의 집으로 입양 온 키키는 지금까지 잘 지내고 있어요. 그런데 키키는 잘 지내는 거 같은데 피터팬은 잘 지내지 못하고 있어요.      


키키가 낮이고 밤이고 계속 울어대거든요. 고양이가 우는 이유에 대해서 인터넷에서 찾아봤는데, 1) 배가 고프다. 2) 몸이 아프다. 3) 화장실이 지저분하다. 4) 심심하니까, 같이 놀아달냐옹~~. 5) 발정기다. 등으로 나눠졌어요.  

   

우리 키키는 잘 먹고 제가 화장실도 잘 치워주니까 그리고 유기동물 보호소에서 이미 중성화 수술도 받았으니까 다른 이유는 아니고 1) 아프거나 2)심심하다냐옹~~ 두 가지 중에 하나인 거 같아요.     

<키키의 화장실. 키키는 꼭 새벽 3~4시쯤에 응가를 해요. 그리고 응가를 피터팬이 바로 치워주지 않으면, 문고리를 잡고 계속 소리를 내요. 그래서 피터팬은 새벽에 응가를 꼭 치워줘야 해요!>


그런데 키키는 제가 몸을 쓰다듬어 주거나 안고 자면 아주 조용해지거든요. 그리고 자기 전에 한참을 우는데 재가 안아주면 새근새근 혹은 그르렁그르렁 소리를 내면서 꿀잠을 자요. (고양이가 그르렁 소리를 내는 건 기분이 아주 좋을 때 내는 소리래요)   

  

그러니까 키키는 저에게 같이 놀아달라고 종일 우는 거였어요. 제가 글을 쓰려고 노트북 앞에 앉아 있으면 제 뒤에 와서 불쌍한 표정으로 ‘나랑 놀아냐옹~ 나랑 놀아냐옹~’하고 울어요. 그래도 제가 놀아주지 않으면 저와 노트북 사이로 뛰어 올라와서 노트북 모니터를 가려버려요. 그리곤 저를 똘망 똘망 쳐다보면서 가벼운 표정을 지어요     

<음악 PD 피터팬이 원고를 쓰려고 하면, 키키는 냉금 책상 위로 올라와서 노트북 모니터를 차지해버려요! >


밤이고 낮이고 제 품에만 안기려고 하는데, 음악 PD 피터팬은 잘 때 좀 예민한 편이라서 누가 옆에서 움직이면 잘 못 자거든요. 그래서 키키 방문을 잠그고 제 방문도 잠그고 잠을 자는데, 그럼 키키는 자기 방문을 안에서 열고 제 방문 앞에서 와서 제방 문까지 열어버려요. 우리 집은 안방 문은 안에서 잠가도 밖에서 손잡이를 잘 돌리면 열리더러고요.      


혼자 사는 집이라서 문을 잠글일이 없어서 몰랐는데 키키 덕분에 방문의 비밀을 알게 되었어요. 그래서 제가 제 방문 앞에 무거운 짐을 나눴는데 키키는 낑낑대면서 그걸 밀어버리고 결국 제 침대를 차지해버려요


<키키가 방 안에서 손잡이를 잡아당겨도 문이 열리지 않도록, 문고리에 끈을 묶어서 창문에 연결시켜 놨어요. 그랬더니 밤새 문 손잡이를, 덜그락~ 달그락 돌리면서 크게 소리를 내서, 이 방법도 포기했어요. 손잡이가 아래로 내려가지 않고 지지대를 해 놨는데, 그랬더니 손잡이를 위로 돌렸다가 내렸다가 하면서 달그락 거려요. 그래서 다시 손잡이 위에도 지지대를 만들어서, 문고리가 꼼짝도 못 하게 해 놨어요. 하지만 소용이 없었어요. 안에서 문고리에 아예 매달리는 건지 결국 그것도 해제시켜 버려요!! 와~ 정말 탈출의 명수예요.!!> 


키키는 피터팬의 얼굴에 자기 얼굴을 비비거나, 순결한 피터팬의 이불속으로 쏙 들어와서 같이 새근새근 잠을 자요. 그것도 피터팬의 손을 키키 가슴에 얹어주고, 심장의 박동 소리를 느껴줘야 가만히 있어요.      


음... 키키가 너무 심심해서 그런 걸까요? 고민을 하다가 제주도 캣 타워 설치하시는 분을 당근 마켓에서 찾아서 연락을 해봤어요. 캣타워를 창문 쪽에 설치해주면 창밖으로 지나가는 사람들을 지켜보느라 심심해하지 않을 거라고 하시네요. 그래서 우리 집에서 측량을 했고 이번 주 일요일에 설치를 하기로 했어요     

      

캣타워가 설치되면 키키가 저를 좀 내버려 둘까요? 


PS. 피터팬은 털 알레르기가 있어요. 그래서 키키와 같이 자는 건 좀 곤란해요ㅠㅠㅠ.


https://youtu.be/2Zl0Qvy-AaE

<이 영상을 찍을 때만 해도, 키키가 품에 안기는 게 좋았는데, 지금은 잠도 안 자고 안기려고만 드니까 힘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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