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민주주의 인민 공화국의 시인이자 소설가였던 백석의 시, 그 유명한 구절로 시작하는 시,
“가난한 내가 아름다운 나타샤를 사랑해서 / 오늘 밤은 푹푹 눈이 나린다.”
한국 현대 문학에서 가장 유명한 시구절 중의 하나가 된, 백석의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를 소설가 P는 눈 나리는 서울의 겨울밤에 하얗게 얼은 창유리에 호호 입김을 불어대며 읽는다.
가난하다고 해서 외로움을 모르겠는가
너와 헤어져 돌아오는 눈 쌓인 골목길에
새파랗게 달빛이 쏟아지는 데
가난하다고 해서 두려움이 없겠는가
(... 중략...) – 가난한 사랑 노래 / 신경림-
성에 낀 유리창 사이로 비추는 차디찬 달빛이 따뜻한 입김을 이지러뜨리고 창유리의 무늬들이 쩡 소리를 낼 때면, 소설가 P는 다시 한 권의 시집을 꺼내어 신경림의 [가난한 사랑 노래]를 읽는다. 시를 읽으며 작년 이맘때 통영에서 보냈던 겨울을 생각한다. 백석을 생각하고, 백석이 짝사랑했던 아름답던 나타샤를 떠올려 보고, 가난을 생각하고, 먼 훗날 그때에 잊을 그녀를 생각했던, 통영의 겨울을 생각한다.
엊그제 눈이 내렸다.
세상 모든 위대한 시인들의 그리웁던 옛사랑을 떠오르게 하는 겨울밤의 눈이 내렸다.
그리하여 가난한 소설가 P도 가난과 사랑과 못 잊을 사랑에 대해서 생각했다.
제주에서 1년을 겨우 버텨내고 서울로 올라와서 낯선 평창동 월세집의 좁은 골목 사진을 보내줬을 때, 이국의 도시에서 함께 보냈던 아름다운 밤거리 같다고 답신을 해주었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