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부부의 딸기잼

-어머니는 왜 아직도 딸기잼을 만드실까?-

by 이안

우리 집에서는 아직도 딸기잼을 만든다.

그냥 사서 먹어도 될 걸 어머니는 굳이

왜 집에서 딸기잼을 만드시는지 잘 모르겠지만 암튼 만든다.


내가 읽었던

[빨간 머리 앤]이라는 소설을 보면 앤이 딸기잼을 만들다가

공상의 나래에 빠져 잼을 몽땅 태우고 마릴라 아주머니한테 사과를 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1900년도 초반. 캐나다의 에이번리 마을 사람들처럼
우리 집에서도 딸기잼을 만든다.


어머니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아마도 어머니에겐
딸기잼을 직접 만드는 이유가 있는 것도 같다.


이제 아흔이 되신 아버지가
딱딱한 음식을 씹지 못하셔서
부드러운 모닝롤 빵에 잼을 발라먹기를 좋아하시는데

어머니는 모닝롤 빵은 가게에서 사셔도
딸기잼은 직접 만들어 드리고 싶으신 거다.


아니면,

군생활 중 큰 부상을 입어서

평생을 불편한 몸으로 살아오신

아버지가 이제 점점 기억마저 흐려지시니까

아버지한테 평생 최선을 다하지는 못했던

사과의 마음인지도 모르겠다


아버지는 하루하루 어머니와 함께 살았던 기억을

이젠 저 멀리 어딘가로 떠나보내고 계시는데

그 속도가 나날이 빨라지고 있다.


어머니는

기억을 잃어가면서 점점 아기처럼 되어가는

아버지에게서

60년이 넘은 세월을 함께 살아온

노부부의 애틋한 사랑을

냄비 안의 딸기잼을 저어가면서 추억하는지도 모르겠다


암튼 우리 집에서는 4월의 따사로운 봄에

딸기잼을 만들고

온 집안에는 모과꽃 향기 못지않은

딸기잼의 향기가 퍼져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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