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안 Sep 26. 2020

김태원이 사랑한, 영원한 청년
신해철의 꿈

-스타가 사랑한 최고의 가사 한 줄. 8 with 부활 김태원 (2부)-

부활 3집의 타이틀 곡 [사랑할수록]과, 부활 8집의 [네버 엔딩 스토리]로, 한국 발라드 락의 정상에 올랐던, 부활의 김태원이 사랑한 한국 대중가요 속 최고의 가사는 무엇일까?      


저 강들이 모여드는 곳 / 성난 파도 아래 깊이
한 번만이라도 이를 수 있다면 / 나 언젠가 심장이 터질 때까지 
흐느껴 울고 웃다가 / 긴 여행을 끝내리 미련 없이      


한국 록의 자존심, 부활의 리더 김태원은, 고인이 된 신해철이 만든 노래 [민물장어의 꿈]의 ‘가사 전체’가 최고의 가사라고 극찬했다. 


김태원의 신해철에 대한 애정은 각별했다. <스타가 사랑한 최고의 가사 한 줄> 김태원(1부)에서 언급했다시피, 고등학생 시절의 신해철은 수시로 부활의 연습실을 찾아서, 음악적 자문을 김태원에게 구했었기 때문이다
. 특히 [민물장어의 꿈]은, 신해철의 안타까운 죽음 이후에 , 운명을 예견한 노래처럼 받아들여진 노래이기도 하다.


고) 신해철은 1999년 11월에 발표한 그의 [Homemade Cokies & 99 Crom Live]라는 앨범에서, [민물장어의 꿈]을 처음으로 발표했는데, 2010년 6월에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아래와 같은 얘기를 했었다.     


... 제가 만들었지만 뜨지 않은 노래 중에서, 아쉬움이 가장 많이 남는 노래는
[민물장어의 꿈]입니다. 이 노래는 제가 죽은 사후에나 뜰 것이고,
이 노래는 제 장례식장에서 울려 퍼질 겁니다.
그리고 이 노래의 가사는, 제 묘비명에 새겨질 겁니다...


사실 [민물장어의 꿈]은 발표 이후, 오랫동안 대중의 큰 주목을 받지는 못했었다. 하지만 신해철이 고인이 된 이후, [민물장어의 꿈]은 그의 인터뷰 내용처럼, 다수의 음원차트에서 상위권에 랭크되었고, “흐느껴 울고 웃다가/긴 여행을 끝내리 미련 없이”라는 가사는 고인을 그리워하는 팬들의 가슴에 깊게 새겨졌다. 


<1999년 '민물장어의 꿈'이 발표되기 전에, 신해철은 이미 1991년에 발표했던 2집 'Myself'로, 올해의 가수상, [대한민국 영상음반 대상]의 최고 인기가수상을 받는 등, 인기의 절정을 누리고 있었다. 신해철 2집 'Myself'에는, MBC의 인기 예능 프로그램 '나는 가수다'와 '복면가왕'에서 여러 번 리메이크되었던, '재즈카페', '나에게로의 초대', '내 마음 깊은 곳의 너' 등의 히트곡이 수록되어 있다. 사진: 신해철 [2집] >


필자가 MBC 라디오 PD로 근무할 당시에 , [고스트 스테이션]이라는 심야 라디오 프로그램을 진행했었던, 

‘마왕 신해철’은 라디오 방송을 통해서, 


... [민물장어의 꿈]은 런던에서 4년, 미국에서 2년의 고달팠던 유학생활을
마칠 무렵에 만든 노래이다. 나는 데뷔하고 인기가 치솟고, 모든 것이 상향 그래프를 그릴 때도 '이것은 영원하지 않다'라는 생각을 했었다...
[민물장어의 꿈]은 내 노래 중에서, 베스트 3위로 꼽는 노래이기도 하다...


라며,  이 노래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부활의 김태원이, [민물장어의 꿈]의 가사 전체를, 한국 대중가요 중에서 가장 사랑하는 가사라고 말한, 이유에 대해서도 물어봤다.  


신해철의 [민물 장어의 꿈]은, 뮤지션으로서의 고뇌,
그리고 삶에 관한 고백서이기 때문이다.


신해철이 음악에 대한 꿈을 키우며 고민하던 고등학교 시절부터, 선배 뮤지션의 입장에서 그를 지켜봤던, 부활의 김태원에게, 후배 가수의 느닷없는 죽음과 [민물장어의 꿈] 속 자기 고백적인 가사는, 신해철의 삶에 대한 솔직한 독백으로 읽혔던 것이다. 


고(故) 신해철에 대해서는 피터팬 PD도 여러 가지 기억을 갖고 있다. MBC 라디오에 입사 후 얼마 안 되어서, 인기 절정기에 있던 신해철을, 매일 밤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신해철이 MBC FM에서 [음악도시]라는, 청취율 1위의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었고, 당시에 피터팬 PD는, 이문세가 별밤지기에서 하차한 이후, 참신한 새 별밤지기로 뽑힌, [이적의 별이 빛나는 밤에]의 조연출을 맡고 있었다.  

    

복도에서 매일 밤 마주쳤던, 펑퍼짐한 캐주얼 복장의 ‘보통 사람 신해철’에게는, 별 감흥을 느낄 수는 없었지만, 그의 앨범을 듣거나, 라디오 프로그램 [음악도시]의 시장으로 재직하던, 그의 멋진 목소리를 들을 때면, 피터팬 PD도 어느새 그의 팬으로 돌아가 있곤 했었다. 그만큼 방송인과, 뮤지션으로서의 신해철에게는, ‘신비한 카리스마’ 같은 게 늘 따라다녔다. 


김태원에게, 본인이 라디오 DJ라면, (김태원은 실제로 MBC 라디오에서, <원더풀 라디오>라는 프로그램을 진행했었다) 신해철의 노래 [민물장어의 꿈]에 이어서, 어떤 곡을 접속곡으로 잇고 싶은지도 물었는데, 조용필의 [한강]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1983년 6월에 발표된 조용필의 5집에는 '친구여', '나는 너 좋아'등의 히트곡과 함께 '한강'이 실려있다. '한강'은 한국적 록 사운드에 대한 조용필의 열정을 느낄 수 있게 하는 곡이다. 사진 : 조용필 5집 >


국악적인 멜로디와 리듬을 사용해서 ‘한국적 록’이라는 평가를 받는 조용필의 [한강] 속 가사는, 


한 굽이돌아 / 흐르는 설움
두 굽이돌아 / 넘치는 사랑
한아름 햇살 받아 / 물 그림 그려놓고
밤이면 달빛 받아 / 설움을 지웠다오      


라는 내용으로, 오랜 세월 우리 민족의 가슴속에 도도히 흘러왔던 한강을, 한국적인 정서로 표현하고 있다. 김태원에게 신해철의 [민물장어의 꿈]에 이어서 왜 조용필의 [한강]를 선곡했는지에 대해서 물었는데, 김태원은 대 선배 조용필에 대해서, 한강처럼 ‘거침없이 흘러가는 삶과, 삶에 대한 의식을 노래한 뮤지션’이라고 답해주었다. 


김태원은 고인이 된 후배 가수 신해철과, 대 선배 조용필이라는 뮤지션에 대해서, ‘삶에 대한 진지한 고뇌와, 자기 고백적 가사’라는 측면에서, 공통점을 찾고 있었던 것이다. 


피터팬 PD는 이번 칼럼을 쓰면서, 조용필과 신해철의 추억 속 라이브 영상을, 넋을 잃고 오랜 시간 봤는데, 30여 년~40여 년 전의 히트곡들을, 아직도 가사 하나 틀리지 않고 따라 부를 수 있었다. 


'설움이 흐르고, 사랑이 넘치는 한강‘이라는 민물에서 태어나서, 

‘성난 파도 아래 깊이 이를 수 있는 민물장어의 꿈’이, 

그들의 노래 속에 여전히 살아 숨 쉬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 음악 PD 피터팬은, <스타가 사랑한 최고의 가사 한 줄>이라는 음악 칼럼을, 인터넷 신문사 <한국뉴스>에도 연재하고 있다. 
 

http://www.24news.kr/news/articleView.html?idxno=201717


이전 07화 이승철의 등장과 [희야]가 준 충격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