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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안 Sep 25. 2020

[사건일지] 러시안 블루 고양이 노트북 점거 사건.

-노트북과 러시안 블루 고양이 키키와, 캣타워-

러시안 블루 고양이를 흔히, '개냥이'라고 한대요. 강아지처럼 주인에게 애교도 많이 부리고, 주인을 잘 따르기 때문이에요. 저도(=피터팬 PD) 처음에는, 이런 점 때문에 러시안 블루를 입양하기로 결정했었어요. 백과사전에서 러시안 블루에 대해서 찾아보면,      


-성격 : 애정이 넘치는 성격이면서도, 낯가림을 하는 편이다. 친해지는 데에 시간이 걸리지만, 한번 마음을 열면 변치 않는 신뢰를 보여준다.      


“한번 마음을 열면 변치 않는 신뢰를 보여준다”라는 점에서, 확! 마음이 땡긴거였거든요. 아시다시피 피터팬 PD는, 서울에서 MBC 라디오 PD로 근무하다가, 회사에서의 어려움 점도 있었고, 또 아내와도 이혼을 하고 혼자 제주에서 살다 보니, 변치 않는 애정을 나눠주는, ‘누군가’가 필요했거든요.      


하지만 피터팬 PD는, 1주일 만에 사랑스러운 러시안 블루 고양이 [키키]를 피해서 도망 다녀야 했어요. 음악 PD 피터팬은 태생적으로, 누군가와 떨어지지 않는 접착제와 같은, 혹은 집착과도 같은 사랑에 빠지는 성품을 갖고 있지는 않았나 봐요ㅠㅠㅠ.  

   

제가 집사로 있는 키키는, 저와 하루 만에 사랑에 빠졌어요. 다시 말해서 제가 키키를 사랑하게 된 게 아니고, 키키가 저를 짝사랑하게 되었어요!(이미 다들 아시죠? 피터팬 PD가 바로, '멋쟁이 제주도 송중기'라는 거~~) 키키는 어딜 가도 저만 쫓아다니고, 심지어 화장실도 따라와서 저만 쳐다보고, 저녁에는 제 품에서 떠나기 싫어서, 야옹야옹 울고, 아침에는 항상 피터팬보다 먼저 일어나서, 같이 놀아달라고 달려와서는, 피터팬의 팔을 팔베개 삼아 누어버려요.


그래서 피터팬이 좀 더 잠을 자려고 팔을 빼면, 이내 이불속으로 쏙 들어가서, 피터팬의 발목을 베고는 꼼짝도 안 하는 거 있죠! 그뿐만이 아니에요!(이번에 기회에 구독자 분들한테 다 일러바치리라. 키키야. 각오해~~) 피터팬 PD가, 신문사에 보낼 원고가 밀려서 다급히 원고를 쓰고 있으면, 노트북이 있는 책상 위로 올라와서, 노트북을 머리로 밀어서 닫아버렸어요. (키키한테, '이 놈!'하고, 야단 좀 쳐주세요~~ )    

<키키야! 피터팬 PD는 신문사에 보낼 원고가 밀렸다고~~!! 자리 좀 비켜 달라구~~>


피터팬이 무서운 얼굴로 화를 내려고 하면, 바로 표정을 바꿔서, 야옹~야옹~ 울면서 불쌍한 표정을 짓고는, 피터팬 얼굴에, 키키의 얼굴을 가까이 대고는 부비 부비를 하는 거예요! 그리곤 어느새, 피터팬과 노트북 사이를 가로막고 아예 벌러덩 누워버려요.
 
그리고 우리 키키는 왜 이렇게 피터팬 PD 하고 뽀뽀를 하자고, 자꾸 자기 입을 제 입에 갖다 댈까요? 여자 고양이면 혹시 모르겠지만, 키키는 남자 고양이거든요.


피터팬이, “으아~~ 징그럽게 왜 이래~~!, 나 남자 하고는 뽀뽀 안 한다고~”하고 기겁을 하면, 한 발 물러서서, 눈을 똥그랗게 뜨고는, “피터팬 PD는 참 이상하다옹~~, 나 팅커벨이야 뽀뽀하자 옹~~”하고는, 다시 제 입으로 돌진을 한답니다.

      

구독자 여러분들은, 이 모든 걸 어떻게 생각하세요?  

키키가 애정결핍에, 피터팬에 대한 과다한 애정공세 및 신체 접촉하는 게 맞죠? 


게다가 키키는 피터팬이 설거지를 하거나, 빨래를 개거나, 요가매트에서 맨손체조를 하거나, 어떤 일을 하든 항상 피터팬의 다리나, 허리, 혹은 손가락이나 엉덩이에 키키의 몸을 바짝 밀착시키고는 떠나질 않아요!! 안아 달라고 조르는 거예요! 하지만 피터팬은 성인 아토피가 있어서, 키키를 항상 안아줄 수는 없거든요~~ ㅠㅠㅠ.


https://youtu.be/r4CCycHP97Y

<피터팬의 책상을 차지하고는, 15분 동안 고양이 세수를 하고 있는, 느긋한 성격의 러시안 블루, 키키 >


상황이 이러다 보니, 처음에는 홀아비 혼자 사는 제주살이가 너무 외로워서, 키키를 입양했는데, 이젠 피터팬 PD가 키키를 슬슬 피하고 있는  거예요! 점심과 저녁은 외식을 한다는 핑계로, 키키로부터 벗어났는데, 그렇게 집 밖으로 나오면, 한 시름 놓였어요.     


“아!! 자유다 ~~ 이 맑은 공기~~, 홀로 있는 인간은 아름답구나!! 역시 인간은 본래 외로운 존재야!” 하면서, 혼자만의 시간에 행복해했어요. 그러다가 계속 이 지경이면, 왠지 주객이 전도되는 거 같아서, 고양이에 관한 정보와 상식을 캐기 시작했어요.      


1. 시도 때도 없이 스킨십을 요구하면서, 버릇없는 고양이가 되도록 두면 안 된다! 집사와 냥이가 서로 행복하게 오래 살기 위해서는, 서로 간에 편안해질 수 있는 균형 상태를 이뤄야 한다.     

2. 냥이가 너무 외롭거나 심심해도, 과도한 애정 결핍 증상을 보일 수 있으니, 냥이가 즐거워할 수 있는 놀잇감을 만들어줘 보자.      


인터넷에서 찾아보니, 위와 같은 2가지 정도의 대응방안이 나와 있었어요. 그래서 피터팬 PD는, 키키가 울 때마다, 몸을 긁어주면서 스킨십을 해주던 것을 바꾸기로 했어요. 키키가 보채도 좀 쿨한 척, 모른 체도 하다가,

1) 스킨십은 아침에 일어나서 간식 줄 때와, 저녁에 털을 빗겨 줄 때, 하루에 2회만 하기.
피터팬 PD가 키키의 가려운 곳을 너무 잘 긁어주니까, 키키가 피터팬에게 중독되는 거 같았거든요.
중독은 어떤 의미에서든 지나친 상태를 말하는 거고, 그렇다면 개선될 필요가 있는 거잖아요.      


2) 키키가 혼자서도 잘 놀 수 있도록, 고양이 로봇을 사줬어요. 하지만 키키는 고양이 로봇 따위는 쳐다보지도 않았아요. 그래서 제주 [당근 마켓]에서 이런저런 고양이 장난감을 찾아봤는데, 캣타워가 해결방법일 수도 있겠다 생각했어요. 왜냐하면 키키는 유달리 호기심이 많아서, 새로운 물건이 있으면, 항상 다가가서 냄새를 맡거나, 몸을 비비거나, 어디에 쓰는 물건 인고? 하면서, 이리 조리 관찰을 했고, 완전히 파악이 될 때까지 끝까지 학습을 하거든요.      


제주도에서 캣타워를 설치하는 업체 중, '부부' 사장님, 사모님이 운영하는 곳을 찾았는데, 사장님 말씀에 따르면, 창가 쪽에 캣타워를 설치해두면, 키키가 캣타워에 올라서 한참 동안 밖을 내다볼 거라고 하셨어요. 그래서 피터팬은 바로 돈을 지불하고 설치를 했어요. 서울 친구들은 막상 캣타워 설치해도 별로 올라가지도 않은 고양이도 많다고 말리기도 했어요. 버뜨,, 하지만.....!


결과는 대 만족이었어요.

사장님 말씀대로, 키키는 캣타워 꼭대기에 올라서서 창밖을 내다보는 시간이 늘어갔고, 그와 함께 피터팬에게 지나치게 집착하는 것에서도 점점 벗어나고 있어요.     


만세!! 이제 피터팬은 살았어요! 캣타워 만세! 키키도 만세!!

캣타워 사장님 사모님 만만세!!^^


<캣타워에 점점 적응해가는 기특한 키키 ^^. 아이구~~ 예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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