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 찬란하고, 엉뚱한 상상은, 언제나 재밌지ㅎㅎ-
추석 연휴가 길어지다 보니, 오늘이 일요일인지 금요일인지 헷갈린다. 공휴일이 아니라면 주식시장이 개장해서, 오늘이 평일이라는 걸 알았겠지만, 주식시장도 문을 닫았다. 뉴스도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에 걸렸다는 거 외에는, 연휴 기간 동안 새로운 뉴스도 눈에 뜨이지 않다 보니, 시간이 정체되어 있는 것도 같다.
피터팬 PD가 고등학교 시절에, 토요일 수업을 마치고 종례 시간이 되면, 담임 선생님이 항상 하시던 말씀이 있다.
"일요일 저녁 무렵에 후회가 몰려오지 않게, 주말에 밀린 공부 열심히들 해라~
다들 알겠지~! "
하지만 피터팬은 고등학교 시절에, 늘 주말을 건성건성 보내다가, 일요일 저녁이 되면 후회를 했었다. [수학의 정석]도 더 풀었어야 했고, [성문 종합 영어]도 더 읽었어야 하는데, 이번 주말도 꽝이네. 주중에 또 허덕이겠구나 하면서.
지금 대입 수능에서는 정확히 어떤 과목을 시험 보는지 모르겠지만, 1987년 피터팬 PD가 본고사를 볼 때는, 무슨 시험 과목이 그리도 많았는지, 주말에 수학, 영어 등을 충분히 공부해놓지 않으면, 주중에는 다른 과목들도 암기할 게 많아서 늘 시간에 쫓겼었다.
<피터팬 PD가, 서울 MBC 라디오 PD로서의 생활을 정리하고, 제주로 혼자 내려올 때 챙겨 온, 20권의 책중 하나인, [성문 종합 영어]. 열심히 안 봐서 책이 깨끗하다. ㅋㅋㅋ >
그래도 시계는 돌고 돌아 다시 토요일이 되면, 마음이 풀어지는 것도 되풀이되었기 때문에, 토요일과 일요일은 항상 엉뚱한 공상을 하거나, TV를 보면서 보내버렸다. 월요일에 학교에 가면 반 친구들은,
'주말 사이에, [수학의 정석]을 20페이지나 풀었다' 혹은,
'[성문 종합 영어]의 장문 독해를 3개나 해치웠다'는 등의
각자의 공부 무용담을 펼쳤는데, 피터팬 PD는,
‘이번 주말에 떠올린 새로운 공상이 있다'라고 말하지..... 는, 못했다
어차피 친구들이 내 공상 따위에는 관심도 없을 테고, 공상이라고 해봤자, 뭐 그리 대단한 것도 아니었다. 1977년에 개봉해서, 국내에서도 큰 인기를 끌었던, 이탈리아 영화 [라스트 콘서트]의 주인공 스텔라가, 백혈병으로 죽지 않고 기적적으로 살아나서, 괴팍한 성격의 남자 주인공 리처드와 헤어지고, 피터팬 PD와 사랑에 빠진다. 뭐, 이런 말도 안 되고, 유치 찬란한 공상이었다.
때론 피터팬 PD가, 홍콩 뒷골목에서 주윤발 형님과 맞먹는, 조폭의 두목이 되어서, 장만옥 누님 같은 미녀와, 사랑에 빠지기도 했었다. 아무튼 나는 항상 주인공이었고, 상대 남자는 만만치 않은 거물이었고, 나의 연인은 미인이었다.
<명화 [라스트 콘서트]의 여주인공 파멜라 빌로레시. 영화 속에서 시한부 인생을 사는 스텔라 역을 연기했던, 이탈리아 국적의 영화배우 파멜라는, 영화가 개봉했던 1977년에 스무 살이었다>
이런 공상을 하면서, 토요일 오후와 일요일을 온통 다 보내버리고 나면, 어김없이 일요일 저녁의 해는 서산 너머로 넘어갔고, 선선한 바람이 불어올 때쯤이면 후회가 밀려왔다.
‘중학교에 다닐 때는 이렇게 한가롭게 공상이나 하면서 주말을 보내도,
전교에서 1~2등을 항상 놓치지 않았었는데, 고등학생이 되니, 주말에 공부를
제대로 하지 않으면 성적이 떨어지는구나. 갈수록 세상살이가 팍팍해지네 ㅠㅠㅠ’
‘아~~~, 나처럼 상상력이 풍부한 청소년이 맘껏 공상의 나래를 펼치기엔
대한민국의 입시제도는 너무도 가혹하구나!’
하면서 일요일 밤 뒤늦게 책상에 앉아서 ‘수학의 정석’을 펼쳐 봤지만, 드라마 [응답하라 1988] 속의, '덕선이'처럼, 금세 피터팬의 손은 라디오 버튼으로 가버렸고, [별밤] 공개방송을 들으면서 킥킥대고 있었다. 당시에 이문세 별밤지기가 진행하던, 별밤의 주말 공개방송엔, 이경규 등의 유명 개그맨이 보조 MC로 나왔었는데, 너무 재미있어서, "푸하하하" 웃다가 잠이 들곤 했었다.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88]. 덕선이, 선우, 정환이, 동룡이가 함께 모여서, MBC 라디오 이문세의
[별이 빛나는 밤에]를 듣고 있다>
피터팬 PD는 고3 때도, 밤 12시를 넘겨서까지 공부를 하다가, 잠이 든 기억이 거의 없는데, 그렇다고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것도 아니었다. 늘 아침 8시가 다 되어 일어나서, 집 바로 앞에 있던 필자가 다니던, '8 학군의 명문' [단대부고]에 지각을 하기 일쑤인 소위, 학교 대표 '잠충이'였다. 하지만 잠을 많이 자야, 공상이 더 잘 떠오르니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잠을 포기하고, 공상도 포기하면 소중한 두 가지를 다 잃게 되니까,
엄청난 손해이지 않나? 잠도, 공상도 다 내 것으로 만들어서, 위너가 되어야지!!
라는, 아주 기발하고 기특한 생각을 하던 고3이었다.
2020년 추석 연휴인 오늘 금요일에도, 고등학교 시절의 일요일처럼 늘어지게 낮잠을 잤다.
역시 잠을 잘 자고 나니까, 창작력이 불끈!, 샘솟듯 솟구치고, 뭔가 대박이 날 것 같은 글 감이 떠오른다!
오늘은 고등학생 시절 주말에 상상했던, [피터팬 PD와, 홍콩 여배우 장만옥의 로맨스]에 대해서 써봐야지!
분명히, 결단코, 브런치에서 조회수 10만은 나올 거야!! ~~ ^^
피터팬 : 만옥, 윤발이의 금반지가 그리도 좋았더냐?
만옥 : 피터팬! 그런 말 마세요~ 오해예요.(흐규 흐규). 제 마음은 오직 피터팬만 향하고 있어요!
제 진심을 믿어줘요
피터팬 : 윤발이 녀석! 만옥이를 나로부터 뺏어가려고, 헛소문을 퍼트리고 있었구나,
에잇 용서할 수 없다!~
만옥 : 오~~ 나의 사랑 피터팬! 주윤발 그 나쁜 녀석을 혼내 주세요!
피터팬 : 걱정 말아요. 만옥, 내 잠시 그대를 미워했었소.
하지만 이제 진실을 알았으니, 내 사랑은 영원히 변치 않을 거요 ~ 만옥!!
(피터팬 장만옥을 격렬하게 안는다)
만옥 : 피터팬! 사랑해요~!
<아~~ 나의 사랑하는, 만옥이 누우우우우우 님~~~ / 제가 타임머신 타고 그 시절로 갈 테니,
[멋쟁이 피터팬과 사랑하는 만옥 씨] 영화 한 편 찍으시죠! 어때요? 콜?! >
< 눈물 없이 볼 수 없는, 추석명절 대박 영화 개봉박두 >
제목 : [멋쟁이 피터팬과 사랑하는 만옥 씨]
감독 : 피터팬
주연 : 피터팬, 장만옥 / 조연 : 주윤발
* 긴급공지 : 자금 부족으로 투자자 모집 중.
음.. 추석을 맞은 제주도엔 벌써부터 커다란 보름달이 뜨고, 왠지 영화가 대박 조짐이 보이는군.
대박의 꿈을 싣고, 설레는 추석 연휴가 지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