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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안 Oct 03. 2020

새 친구가 생길 거 같아요.

-초원이와 바다는 키키를 좋아할까?-

초딩 4학년 : 아저씨는 이름이 뭐예요? 

나 : 피터팬. 너는?

초딩 4학년 :초원이요 

나 : 성은?

초딩 4학년 : 강이에요. 강초원     


추석 연휴에 초등학생 친구가 생겼다. 우리 동네에 사는 똘똘한 친구인데, 이름은 강초원이다. 초원이는 3남 1녀 중 둘째인데, 초원이의 형제 이름은, 강하늘, 강초원, 강바다, 그리고 막둥이 여동생은 강노을이란다.  

    

하늘이가 6학년, 초원이가 4학년, 바다는 4살, 노을이는 1살이다. 피터팬은 아직 초원이와 바다밖에 보지 못했다. 노을이는 너무 어리니까 밖에 나오기 어려울 테고, 형 하늘이는 이젠 동네 꼬맹이들과는, 잘 어울리지 않나 보다.      


바다는 4살이지만, 말을 아주 잘해서, 나를 보면, 

“아저씨 여기 거미 있어요. 여기도 거미가 있고요. 나랑 같이 놀이터 가요” 

하면서 내 손을 꼭 잡는다. 바다는 웃는 얼굴이 아주 예쁜데, 피터팬을 보면 잘 웃어준다. 

피터팬이 외롭게 혼자 사는 걸 알고 친절하게 해주고 싶은 거 같다.    

   

얼마 전 피터팬은 초원이와 바다에게, 러시안 블루 고양이 [키키]의 사진을 보여줬는데, 나중에 키키를 만져봐도 되냐고 초원이가 물어봤다. 바다가 냥이 키키보다는, 사람에게 더 관심이 많은 반면, 초원이는 키키에게도 관심이 많다. 예전에 집에서 강아지를 키웠었는데 막내도 태어나고, 형제가 넷이나 되다 보니까, 이젠 강아지를 키울 수 없게 됐나 보다.      


<피터팬 PD의 고양이 [키키]는 본명이 팅커벨이다. 동화책 [피터팬] 속 팅커벨은, 피터팬과 웬디 사이를 

질투해서 심술을 부리곤 한다>


“응. 아저씨가 산책시킬 때 와서 같이 놀아도 돼~. 그런데 얼마 전에 산책시키는데 실패해서, 

키키가 도망갔었어. 피터팬 아저씨가 밤에 한 시간 동안 찾았는데 결국 못 찾았어” 

그러자 초원이는 깜짝 놀란다.      


“그런데 키키가 정말 머리가 좋은가 봐, 아저씨가 키키 찾는 걸 포기하고, 집에 올라가니까, 집이 4층인데도 집 문 앞까지 찾아와서 기다리고 있는 거야! 고양이는 개와 달라서, 집 밖에서 잃어버리면 절대 못 찾는다고 하던데, 내가 고양이 이름을 팅커벨이라고 지었더니, 평생 피터팬하고 떨어지지 않을 건가 봐~신기하지? ”    


초원 : “피터팬 아저씨! 키키는 물지 않아요? 그리고 고양이는 할퀴잖아요.”      

피터팬 : “얼마 전에 아저씨의 친구가 집에 놀러 와서 알게 됐는데, 키키는 사람을 무서워해. 그래서 모르는 사람을 보면 도망갔다가, 2~3시간 정도 지나서 그 사람 냄새에 친숙해지면, 다가와서 사람 무릎에 자기 얼굴을 비비면서 애교를 부려. 그리고 피터팬이 밖에 외출할 땐, 창가에 설치된 캣타워에 올라가서 아저씨를 배웅해줘. 피터팬 아저씨가 밖에 나가면, 혼자 남아 심심해 지니까, 슬퍼하는 거 같기도 해 “     


<피터팬 PD가 외출을 하면, 창가에 놓인 캣타워에 올라서, 이별을 아쉬워하는 냥이 키키 >


그렇게 초원이와 얘기를 나누고 있는데, 제주 MBC에서 다큐멘터리 PD를 하는, K 피디가 날 잠시 만나러 왔다. 추석인데 혼자 지낼 내가 생각나서, 과일을 싸왔다고 했다. K는 내게 귤과 사과 그리고 간식거리를 갖다 줬다. 얼굴도 예쁘지만, 마음이 예쁜 후배이다. 본인도 제주도에서 독신으로 혼자 살고, 밀린 촬영 때문에 고향에도 못 올라가면서도, 내게 추석 선물을 주러 왔다.      


후배 PD : 이 아이는? 친구?

피터팬 : 응 우리 동네 어린 친구야. 얼마 전에 사귀었어.

후배 PD : 어린 친구야~ 피터팬 아저씨한테 잘해줘라. 이 아저씨 혹시 어떻게 되지 않나 감시도 부탁한다. 이 아저씨 서울에서 MBC 라디오 PD 하다가, 지금은 제주도에서 혼자 살아. 그러니까 친구가 필요하거든.

초원 : 네.  

피터팬 : 초원이랑 바다가 나 지켜 줄 거니까, 걱정하지 마. 

 

그렇게 K를 보내고, 초원이도 같은 초등학교 친구와 같이 자전거를 타러 가고,  피터팬은 키키를 보러 집으러 왔다. 집에 있는데 초원이 한테 카톡이 왔다.      


초원 : 아저씨 키키 사진 좀 보내주세요, 

그리고 저는 밤 9시가 되면, 핸드폰이 정지되고, 아침 7시 30분에 다시 풀려요.     

저는 예전에는 게임을 했었는데, 지금은 엄마가 싫어하셔서 못해요. 그래도 저는 자전거 타는 게 더 재밌어요. 피터팬 아저씨도 자전거 좋아해요? 

피터팬 : 그래 초등학생이니까. 일찍 자야지. 자전거는 예전에 탔었는데, 이젠 허리가 아파서 잘 못 타. 

키키 사진 보낸다~      

초원 : 네


제주도에서 혼자 사는 삶을 시작한 지, 8개월 째다. 

새로 사귄 어린 친구, 초원이와 바다와 잘 지내게 되면 좋겠다. 

그리고 피터팬의 팅커벨, 고양이 키키와도.         


우리가 어린 시절에 읽었던, 동화책 [피터팬] 속에서, 팅커벨은 피터팬을 짝사랑했었다. 피터팬이 웬디와 친해지려고 하자, 팅커벨은 질투심에 독약을 먹고 죽으려고도 했었다. 이후 피터팬을 그리워하며, 평생 네버랜드에서 살겠다고 말했는데, 사춘기 시절부터 짝사랑 전문가였던 필자는 팅커벨의 마음이 너무 이해돼서, 그 대목에서 많이 슬퍼했던 기억이 난다. 


동화책 속에서는 피터팬과 팅커벨이 이별을 하지만, 

현실에서는 피터팬 PD와 냥이 팅커벨이 헤어지지 않기를 바란다. 

아직까지는 팅커벨 키키가, 피터터PD를 좋아하는 마음이 훨씬 큰데, 

앞으로는, 어느 한쪽 만의 일방적인 짝사랑이 되지 않기를, 또한 바란다. 


<외롭고 먼 길을 함께 걸어갈 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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