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창문 너머로 흰 구름이 천천히 흘러갔다. 그 순간, 나는 ‘아름답다’고 느꼈다. 그러자 구름은 더 이상 흘러가는 기운이 아니라, 내 마음속에 붙잡힌 ‘아름다움’이 되었다. 보이는 것, 들리는 것, 느껴지는 것은 이렇게 금세 내 소유물처럼 변해간다. 그 소유의식이 애착이고, 애착은 곧 고통의 시작이다.
감각은 처음에는 열린 문처럼 모든 것을 받아들이지만, 그 문을 ‘나의 것’이라는 표지판으로 막아버리는 순간감각은 자유를 잃고 애착의 밧줄이 된다.
우리가 일상에서 겪는 많은 관계의 긴장과 갈등은 사실 이 ‘감각의 사유화’에서 비롯된다. 좋은 목소리를 듣고, 좋은 얼굴을 보고, 좋은 음식을 맛본다 해도 그 순간이 ‘내가 좋아하는 것’으로 굳어지는 즉시 그것이 사라질까 두려워하거나, 잃었을 때 분노하거나, 더 가지려 애쓰는 마음이 따라온다.
無眼耳鼻舌身意(무안이비설신의)
눈도 없고, 귀도 없고, 코도 없고, 혀도 없고, 몸도 없고, 뜻도 없다.
달라이 라마는 이 구절을 ‘여건적 인식의 공’이라 부른다. 눈이 있어도 보는 것은 단지 빛과 형태의 결합이며, 귀가 있어도 듣는 것은 공기의 진동이 의식에 닿는 과정일 뿐이다. 감각은 의존적으로 생겨나는 현상이지,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고유한 실체가 아니다.
이는 중관(中觀)의 핵심 명제이자, 반야심경 전반을 관통하는 진리다. 그렇다고 감각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감각을 ‘절대화’ 하지 않음으로써 그 감각이 더 투명하게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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