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제제는 숲길을 걸었다. 나무들이 오랜 친구처럼 제제를 불렀다. 바람은 살짝 축축했고, 그 안에 바다 냄새가 섞여 있었다. 나뭇잎 위에 맺힌 물방울이 제제의 발걸음과 함께 작은 박자를 만들었다. 그는 손에 작은 약봉지를 쥐고 있었다. 약봉투의 ‘행복약국’이라는 글자가 바람에 흔들렸다. 그 순간, 제제는 이안 작가의 이야기를 떠올렸다. 멀리서도 그 표정이 보였다.
“나는 여섯 가지 약을 챙겨 왔어. 몸과 마음이 다 따로 부서진 것 같았거든.”
작가의 목소리는 조용했지만 깊게 가라앉아 있었다.
2.
“그 약, 꼭 먹어야 해요?” 제제가 물었다.
작가는 미소도 한숨도 아닌 표정을 지었다.
“이건, 안 먹으면 머리가 말초까지 명령을 못 보내. 그럼 몸이 제멋대로 움직여. 그래서 챙겨 먹지.”
제제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약의 모양을 유심히 보았다. 하얗고 둥글고, 특별할 것 없는 작은 알. 그런데도 ‘행복’이라는 이름 덕에 이 약은 작가의 하루를 지탱하는 줄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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