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하일기]2편. 압록강을 건너다 경계와 자연의 가르침

by 이안

1. 서두 — 경계 앞에서


조선 사신단이 의전의 위엄을 갖추고 압록강 앞에 섰다. 붉은 흙길 위로 긴 행렬이 뱀처럼 이어지고, 말과 수레가 일으키는 먼지는 하늘을 가렸다. 수많은 눈이 이 장면을 바라보고 있었다. 조선의 관리들은 국경을 건너는 일 자체를 중대한 사건으로 여겼고, 짐꾼들은 당장의 무게를 견뎌야 했으며, 연암은 이 모든 광경을 냉정히 기록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에게 국경은 단순한 땅의 선이 아니었다. 경계란 본래 인간이 만든 울타리에 불과하다는 자각이 그를 지배했다. 자연의 강물은 흘러가는데, 인간은 그 위에 선을 긋고 이름을 붙였다. 연암은 압록강의 흐름을 보며 이미 묻고 있었다.


“경계란 무엇이며, 우리는 어디까지 스스로의 울타리에 묶여 있는가.”



2. 압록강 도하 — 기록의 힘


午後渡鴨綠江 行三十里 露宿九連城 夜大雨卽止(오후도압록강 행삼십리 노숙구련성 야대우즉지)

"오후에 압록강을 건너 삼십 리를 더 가서 구련성에서 노숙하였다. 밤에는 큰비가 그쳤다"

— 《도강록(渡江錄)》


이 구절은 차갑도록 간결하다. 그러나 그 속에는 수많은 장면이 압축되어 있다. 도강, 행군, 노숙, 큰비. 한 나라의 외교가 시작되는 순간을 연암은 의례적 수사로 포장하지 않았다. 그는 행렬의 권위보다 사람들의 몸에 남은 피로를, 물질적 현실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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