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제×해리포터] 5편. 소원의 거울

— 욕망과 진실

by 이안

1. 인트로 — 달빛의 복도, 은빛의 숨


크리스마스 밤, 호그와트의 돌바닥은 얼음처럼 차가웠다. 창문살에는 서리가 꽃처럼 맺혀 있었고, 멀리서 파이프 오르간의 잔향이 얇게 흘렀다. 해리는 은빛 망토를 목까지 끌어올리고 복도를 미끄러지듯 지나갔다. 망토의 천은 달빛을 머금은 물처럼 어깨 위에서 일렁였고, 발밑에서는 먼지와 냉기가 얇은 막을 이루었다. 낡은 교실을 지나 더 낡은 방으로, 그리고 드디어 문득 숨이 멎는 순간, 거기 검은 액자 같은 틀 안에서 다른 시간이 열렸다.


거울. 소원의 거울. 해리는 천천히 다가가 숨을 들이켰다. 그의 눈앞에서, 오래전 잃어버린 두 사람의 얼굴이 빛처럼 피어났다. 나는 속으로 중얼거렸다.

“어쩌면 마법 가운데 가장 강한 것은 주문이 아니라, 그리움일지도 몰라.”



2. 현실과 상징 — 거울의 표면, 마음의 심연


현실에서 부모는 없다. 사진 속의 미소만 남았다. 그러나 거울은 현실의 빈자리를 상징의 충만으로 채운다. 거울은 보여준다. ‘무엇을 가졌는가’가 아니라 ‘무엇을 가장 원하고 있는가’를. 해리는 손을 뻗었지만, 유리의 차가운 표면만 손끝을 얼렸다. 그때 머릿속 어딘가에서 덤블도어의 목소리가 반짝였다.

“It does not do to dwell on dreams and forget to live.”
(꿈에만 머물다 삶을 잊어서는 안 되지.)


문장은 바람처럼 스쳐갔지만, 마음 깊은 데서 오래 머물렀다. 거울은 욕망을 비춘다. 그러나 욕망만을 비추는 거울에 갇히면, 눈부신 빛이 오히려 눈을 멀게 할 수도 있다. 나는 생각했다. “욕망은 위험이 아니라 방향이다. 다만, 방향표와 길을 혼동하지 말 것.”


3. 대화 — 거울 앞에서 나눈 여덟 개의 문장


제제: “해리, 뭐 보여?”

해리: “응, 보여. 엄마, 아빠… 나를 보고 있어.”

제제: “따뜻하지? 근데 유리는 따뜻하지 않아.”

해리: “알아. 그래서 더 손대고 싶어. 더 가까이, 조금만 더.”

제제: “원하는 거랑 진짜 살아내는 거 사이엔 얇은 유리가 있어.”

해리: “그럼 난 어떻게 해야 해? 이 순간 놓치고 싶지 않아.”

제제: “거울은 답이 아니야. 그냥 묻는 거지. ‘넌 뭘 제일 간절히 원하니?’ 하고.”

해리: “난 가족이 필요해. 근데 그건 다시 못 돌아와.”

제제: “그럼 두 번째 질문으로 넘어가야지. ‘그 간절함이 널 어디로 움직이게 하니?’”

해리: “움직이게 한다… 부모님이 바라던 길로 내가 걸어가야겠지.”

제제: “맞아. 꿈은 붙잡는 게 아니라 사는 거야. 그래야 거울이 벽이 아니라 창문이 돼.”

해리: “창문?”

제제: “응. 거울은 네 안쪽 욕망만 비춰주지만, 창문은 너를 밖으로 내보내잖아.”

해리: “그럼 지금 난, 거울 앞에서 창문 열 준비를 해야겠네.”

제제: “원하면 지금 당장도 할 수 있어. 사랑은 기다림만이 아니라, 출발이니까.”



4. 독백 — 그리움의 문법, 사랑의 번역


나는 해리의 옆 얼굴선을 보았다. 거울 빛이 그의 눈동자에 작은 별처럼 박혀 있었다.

“그리움은 우리를 과거로 잡아당기지만, 사랑은 우리를 미래로 밀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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