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제×해리포터] 6편. 볼드모트와의 첫 조우

— 두려움의 얼굴

by 이안

1. 인트로 — 금지된 복도의 냄새


호그와트의 밤은 언제나 신비했지만, 그날 밤은 달랐다. 성의 돌벽은 유난히 차갑게 식어 있었고, 복도의 촛불은 누군가 숨을 불어넣은 듯 바람결에 흔들렸다. 오래된 약초 냄새와 곰팡이 냄새, 그리고 알 수 없는 금속성 부패의 기운이 뒤섞여 우리 쪽으로 흘러왔다. 해리는 걸음을 멈추었다. 나는 그의 눈빛이 흔들리는 걸 보았다. 하지만 곧 그는 숨을 고르고 말했다.


“제제, 이 복도… 뭔가 우리를 지켜보는 것 같아.” 나는 그 말을 들으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두려움은 언제나 냄새와 기척으로 먼저 온다. 몸보다 마음을 앞질러 파고든다.”


해리는 여전히 어린아이였지만, 그 눈빛 속에는 나보다 더 깊은 결심 같은 것이 담겨 있었다. 나는 그 옆에서, 그의 어깨가 떨리고 있는 걸 보며 알았다. 우리는 둘 다 겁이 났다. 그러나 그는 겁 속에서도 눈을 크게 뜨고, 어둠 속에서 무엇을 보려 하고 있었다.


2. 현실과 상징 — 이름 없는 자의 그림자


해리는 ‘그 이름을 말할 수 없는 자’를 이미 알고 있었다. 그 존재는 부모를 앗아간 자였고, 이마의 흉터 속에서 여전히 불타고 있었다. 하지만 이야기를 아는 것과, 직접 그 그림자를 마주하는 건 전혀 다른 일이었다. 달빛 아래 교정은 고요했지만, 그 고요가 오히려 숨 막히게 어두웠다. 볼드모트라는 이름은 단순히 공포의 상징이 아니었다. 그것은 아이의 용기를 시험하는, 피할 수 없는 칼날이었다.


나는 해리의 손에 들린 지팡이를 바라보았다. 손끝이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지만, 그의 눈빛은 놀랍도록 단단했다. 그는 낮은 목소리로 나를 향해 속삭였다.


“제제, 난 도망치고 싶지 않아.
내가 도망치면 부모님이 지켜준 게 다 헛된 게 될 것 같아.”


그 말은 너무 어른스러워서, 순간 나는 내 앞에 서 있는 그가 나보다 나이가 많은 친구처럼 느껴졌다. 나는 속으로 다짐했다.


“두려움은 결국 얼굴을 갖는다. 그 얼굴을 외면하지 않는 것이
해리의 방식이라면, 나도 함께 외면하지 않으리라.”


3. 대화 — 어둠 속의 열두 개의 문장


제제: “해리, 무섭지?”

해리: “무섭지. 하지만 도망치고 싶진 않아.”

제제: “왜 그렇게 생각해?”

해리: “만약 도망치면, 이마에 있는 흉터가 더 깊어질 것 같아. 그냥 상처로 끝나지 않을 것 같아.”

제제: “상처는 누구나 갖게 돼. 하지만 도망쳐서 생긴 상처는 지워지지 않아.”

해리: “그럼 맞서야 한다는 거네.”

제제: “응. 맞서는 게 산다는 거야.”

해리: “근데 난 아직 어리잖아. 볼드모트는 너무 크고, 난 너무 작아.”

제제: “아이의 힘은 크지 않아. 하지만 아이의 진심은 크지.”

해리: “진심… 부모님이 남겨주신 것도 결국 그거겠지?”

제제: “그래. 마법보다 강한 게 있어. 그건 부모님이 남긴 사랑이야.”

해리: “그럼 난 혼자가 아니네. 부모님이랑, 그리고… 너도 있잖아.”

제제: “맞아. 혼자가 아니야. 네 옆엔 언제나 누군가 있어. 그게 네가 가진 진짜 힘이야.”


그 짧은 대화 속에서 나는 알았다. 해리는 단순히 용감한 게 아니었다.


그는 두려움을 외면하지 않고 받아들이는 법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 속에서 혼자가 아님을 깨닫고 있었다.



4. 독백 — 두려움의 문법


나는 해리 곁에서 그의 떨림을 느꼈다. 두려움은 무너뜨리는 힘이 아니라, 방향을 가리키는 힘이었다. 몸이 떨린다는 건 살아 있다는 증거였고, 심장이 빠르게 뛴다는 건 아직 도망치지 않겠다는 뜻이었다. 나는 속으로 썼다. “두려움은 결핍이 아니라 징조다. 그것을 부정하지 말고, 발판으로 삼아야 한다.”


해리는 부모의 이름을 마음 깊이 품고 있었다. 그의 손은 여전히 떨렸지만, 지팡이를 쥔 손끝은 오히려 더 강하게 움켜쥐고 있었다. 그 모습은 아이였지만, 동시에 이미 어른이었다. 나는 궁금했다. 저 아이가 앞으로 수많은 어둠을 마주할 때마다, 오늘처럼 떨면서도 맞설 수 있을까? 하지만 바로 그 궁금증이, 해리가 정의로운 사람이라는 증거 같았다.


5. 새로운 시선 — 두려움의 얼굴과 희망의 얼굴


볼드모트의 그림자가 드리워지는 순간, 나는 해리의 눈빛을 보았다. 공포와 눈물이 섞여 있었지만, 그 안에 꺼지지 않는 불씨가 있었다. 그는 알았다. 두려움은 피해야 할 괴물이 아니라, 살아내야 할 얼굴이라는 것을. 그리고 또 다른 얼굴이 있었다. 부모의 희생, 친구들의 연대, 그리고 자신 안의 용기가 빚어낸 또 하나의 얼굴. 두 얼굴이 맞부딪히는 순간, 해리는 조용히 선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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