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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X셰익스피어] 11편, 존 스노우&헨리 5세

— 정당성 있는 왕의 길

by 이안

1. 도입 — 태생의 멍에와 인간적 고뇌


《왕좌의 게임》 속 존 스노우는 언제나 “서자”라는 꼬리표를 달고 살아왔다. 윈터펠의 따뜻한 벽 안에 살았지만, 합법적 아들이 아니라는 이유로 늘 곁에 있으면서도 중심에 설 수 없었다. 그는 식탁 끝에서 어깨를 움츠렸고, 이름 없는 자로 불렸다. 그런 낙인은 단순히 혈통의 문제가 아니라, 존재의 존엄을 끊임없이 흔드는 부정이었다.


셰익스피어의 『헨리 5세』의 주인공 헨리 또한 비슷한 시선을 견뎌야 했다. 왕위에 오르기 전 그는 ‘왕자 할’이라 불리며 술집을 전전하고 거리의 불량배들과 어울리던 방탕한 인물이었다. 왕좌에 올랐어도 귀족들은 여전히 그의 과거를 들먹이며 신뢰를 주저했다. 태생과 과거의 그림자가 왕의 정당성을 갉아먹고 있었던 것이다. 존 스노우와 헨리, 두 인물은 모두 스스로가 진정 왕이 될 자격이 있는지, 아니면 그저 허상 속의 그림자인지를 증명해야 했다.


2. 헨리 5세 — 전장 속에서 세운 형제애의 왕권


셰익스피어는 헨리를 단순히 세습으로 왕관을 얻은 군주가 아니라, 전장 속에서 ‘왕으로 다시 태어난 자’로 그린다. 특히 아쟁쿠르 전투 전야의 장면은 명장면으로 꼽힌다. 병사들은 숫적으로 절망적 상황에 놓여 있었고, 사기는 바닥에 떨어져 있었다. 이때 헨리는 군복을 입고 병사들 앞에 나와 이렇게 외친다.


“We few, we happy few, we band of brothers.”

“우리는 적은 수지만, 우리는 기쁘다. 우리는 형제다.”


이 연설에서 왕과 병사의 경계는 무너지고, 권력은 혈통이 아니라 공동의 희생으로 세워진다.


헨리는 자신이 왕이 아니라 동료임을 선언하며,
병사들의 두려움을 자부심으로 바꾼다.
왕의 정당성이 전장에서 피와 형제애라는 언어로 새롭게 구성된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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