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건축의 인문학] 3편. 엘로라 석굴

— 비움으로 세운 신들의 궁전

by 이안

1. 서두 — 현장 묘사와 문제 제기


인도 마하라슈트라주의 데칸 고원, 아우랑가바드 근교에 다다르면 끝없는 바위 언덕이 보인다. 멀리서 보면 그저 바람에 깎인 암벽일 뿐이다. 그러나 가까이 다가가면 그 바위 속은 텅 비어 있으며, 그 속 깊숙이 궁전 같은 신전이 숨어 있다. 엘로라 석굴군, 그중에서도 거대한 카일라사나타 사원은 바위를 위에서 아래로 파내려 만든 건축물이다. 마치 하늘에서 거대한 조각칼로 찍어낸 듯한 이 신전은 돌을 쌓아 올려 세운 것이 아니라, 돌을 파내어 비움으로써 세워졌다. 여행자는 묻는다.


“인간은 왜 바위를 비워 신의 집을 만들려 했을까?”


2. 역사적 배경 — 종교와 제국의 흐름


엘로라 석굴은 5세기에서 10세기에 걸쳐 조성된 대규모 유적지다. 초기에는 불교 승려들이 명상과 설법을 위한 석굴을 팠고, 이후 힌두 왕조들이 거대한 사원을 만들었으며, 마지막에는 자이나교 신자들이 공동체를 위한 공간을 새겨 넣었다. 불교, 힌두교, 자이나교가 한 자리에 공존한다는 점에서 엘로라는 인도의 종교적 다원성을 상징한다.


특히 8세기 라슈트라쿠타 왕조의 크리슈나 1세는 힌두교의 위엄을 과시하기 위해 카일라사 사원 건설을 명했다. 시바 신의 거처를 재현하기 위해 20만 톤이 넘는 암반을 파내려야 했다. 전설에 따르면 왕비가 병에 걸렸을 때, 왕은 신에게 성원을 빌며 “먼저 지붕이 보이는 신전을 세우라” 했다고 한다. 그래서 장인들은 위에서부터 깎아 내려오기 시작했고, 한 세기에 걸친 집단적 노동 끝에 바위 속에 궁전이 탄생했다.


3. 건축학적 분석 — ‘파낸 건축’의 기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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