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한 차원의 창을 열다
“공간은 진정 무엇인가?”
인간은 오래도록 하늘을 올려다보며 이 질문을 품었다. 평평한 땅, 둥근 지구, 별이 흩뿌려진 하늘. 그러나 우리가 발 딛는 이 공간이 본질적으로 어떤 구조를 갖는지, 그것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지에 대한 답은 쉽지 않았다.
19세기 중엽, 게오르크 프리드리히 베른하르트 리만(1826–1866)은 이 질문을 다시 던졌다. 유클리드의 직선과 평행선의 세계를 넘어, 그는 공간을 자유롭게 휘고 구부릴 수 있는 대상으로 상상했다. 평행선은 무한히 달릴 필요가 없었고, 삼각형의 내각합은 180도라는 규범에 매일 필요도 없었다.
리만은 공간을 구체적 물체가 아니라, 수학적 구조로 보았다.
그의 사유는 공간을 ‘계산 가능한’ 대상으로 탈바꿈시켰고,
이는 현대 수학과 물리학의 운명을 바꾸었다.
리만은 가난한 목사의 아들로 태어나, 괴팅겐 대학에서 가우스의 지도 아래 수학을 공부했다. 그는 평생 병약했으나, 그 짧은 생애에 남긴 업적은 수학의 문법을 근본적으로 바꾸었다.
1854년, 리만은 ‘기하학의 기초에 관한 강연’을 발표했다. 이 강연은 단순한 학문적 발표가 아니라, 수학사에서 하나의 선언이었다. 그는 유클리드 기하학을 ‘특수한 경우’로 보았다. 즉, 우리가 익숙하게 생각하는 평면과 공간은, 사실 무수히 가능한 기하학적 구조들 중 하나일 뿐이라는 것이다.
리만은 곡면 위에서 길이를 재는 방식을 일반화하여, 임의의 곡률을 가진 공간에서도 기하학이 성립함을 보였다. 이를 위해 그는 ‘계량(metric)’이라는 개념을 도입했다. 이는 공간 위 두 점 사이의 거리를 정의하는 방식으로, 공간의 곡률과 구조를 결정짓는 핵심 도구였다.
리만의 새로운 기하학은 차원에도 제한을 두지 않았다.
2차원 표면을 넘어서, 3차원, 4차원,
그리고 무한 차원까지도 수학적으로 다룰 수 있는 길이 열렸다.
리만의 기하학은 단순한 수학적 도구가 아니었다. 그것은 공간에 대한 인간의 직관을 전복하는 사유였다. 수천 년 동안 사람들은 유클리드의 규칙을 ‘자명한 진리’로 받아들였다. 그러나 리만은 그것이 단지 하나의 선택일 뿐임을 드러냈다.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
오직 멤버십 구독자만 볼 수 있는,
이 작가의 특별 연재 콘텐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