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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좌의 게임X맥베스] 12편. 대너리스:맥베스

— 불타는 야망과 권력의 저주

by 이안

1. 도입 — 해방자의 불, 군주의 그늘


대너리스 타르가르옌의 행보는 해방자의 언어로 시작한다.


노예 도시의 쇠사슬을 끊고, 군중의 환호 속에서 “사슬을 부수는 자”라는 이름을 얻는다. 불길은 억압을 태우는 정의처럼 보였고, 드래곤의 날개는 새로운 세계의 약속처럼 펼쳐졌다. 그러나 킹스랜딩의 종이 울릴 때, 불길은 더 이상 해방의 은유가 아니었다. 항복의 종을 가로지르는 화염, 돌과 살, 역사의 기억을 한꺼번에 태워버리는 불.


정의의 말로 시작한 불이, 마침내 인간을 지우는 불로 변할 때 관객은 묻는다.
언제 야망은 이상을 배신했는가.


2. 셰익스피어의 대사와 맥락


“I have no spur to prick the sides of my intent,
but only vaulting ambition, which o’erleaps itself and falls on the other.”
— 『맥베스』 1막 7장

“내 의도를 찌를 박차가 내겐 없다.

오직 하늘로 치솟다가 제 몸에 걸려 넘어지는 그 ‘도약하는 야망’뿐.”


맥베스는 마녀의 예언 앞에서 머뭇거린다. 그는 본성의 선함(“인정의 젖”)을 아직 기억하지만, 그 빈자리를 뛰어넘는 것은 ‘도약하는 야망’이다. 맥베스 부인의 설득과 조롱, 밤의 피비린내, “더럽혀진 손의 얼룩”과 “잠의 살해” 모티프가 이어지며, 그는 정당성 없는 왕관을 얻는다.


셰익스피어는 야망을 악마화하지 않는다.
대신 야망이 어떻게 언어와 자기 합리화를 통해 윤리를 마비시키는지,
권력이 어떻게 상상력을 갉아먹어
결국 ‘보이는 세계’를
피와 환각으로 뒤덮는지를 집요하게 보여준다.


3. 교차 — 정의의 언어에서 폭정의 문법으로


두 인물은 모두 언어로 시작한다.

대너리스는 “모든 바퀴를 부수겠다”는 약속으로 지지를 모으고,
맥베스는 “국가의 질서”를 말로 봉합하려 한다.


그러나 결정적인 순간, 언어는 행위에 뒤처진다. 맥베스는 더 이상 말로 자신을 설득할 수 없을 때 칼을 든다. 대너리스는 “새로운 세계”를 선포하지만, 그 말을 증명하는 방식으로 불을 택한다.


말이 길을 잃을 때,
권력은 가장 단순하고 가장 파괴적인 신호—죽음—를 사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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