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막의 전사들이 세계제국이 되다
알리의 죽음 후 칼리파 자리를 차지한 무아위야는
다마스쿠스를 수도로 삼아 우마이야 왕조를 열었다.
그 순간 이슬람의 무대는 아라비아 사막에서 지중해 세계로 옮겨졌다.
한 세대 전만 해도 낙타 위에서 전리품을 나누던 전사들은 이제 비잔틴의 항구 도시를 점령하며 함대를 건조했다. 모래바람을 따라 움직이던 유목민들이 해류를 타고 대륙을 잇는 세계제국의 항로에 올랐다.
같은 시기 동아시아에서는 당나라가 동북아 패권을 확립했고, 신라가 삼국을 통일하며 한반도의 정치 지형을 바꾸고 있었다. 한반도의 산과 계곡에서, 지중해의 파도와 사막의 모래바람까지 전 지구적 문명 전환기가 동시에 펼쳐지고 있었다. 우마이야는 이 흐름 속에서, 사막의 전사들을 세계제국의 시민으로 바꾸려 했다.
무아위야는 아라비아 중심의 메디나 대신
다마스쿠스를 수도로 삼았다. 이는 단순한 행정 이전이 아니었다.
메디나는 부족적 평등이 지배하는 종교 도시였지만, 다마스쿠스는 비잔틴의 관료제·상업·수공업 네트워크가 살아 있는 지중해 도시였다. 무아위야는 비잔틴 관리들을 포섭해 세금 제도를 재정비하고, 지중해 함대를 창설해 키프로스를 점령했다. 사막 전사들은 도시의 관료와 상인들을 만났고, 정복 공동체는 사막적 군진 조직에서 제국적 관료국가로 바뀌기 시작했다.
이 전환은 세계사적으로도 드문 장면이었다. 로마 제국이 로마를 넘어 콘스탄티노플로 중심을 옮겨 지중해 동부를 재편했듯, 우마이야도 다마스쿠스로 중심을 옮기며 패권을 확보했다. 다만 로마가 ‘한 도시를 제국의 심장’으로 만드는 데 수세기를 썼다면, 우마이야는 단 한 세대로 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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