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선하다는 말이 기분 좋지 않아.
요즈음 조증 삽화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으면 선생님이 말하길,
"조증 삽화가 왔을 때 사람의 본질을 알 수 있다."고 하셨다.
당신이 말하길 다른 사람에게 폭력적으로 굴 수도, 피해를 입히는 경우도 많은데,
그러지 않고 스스로 절제하는 모습 만으로도 본질이 선하고 훌륭한 사람이라 했다.
멋쩍은 것일까. 그 말을 처음 들었을 때엔 내심 감동마저 들었다. 그런데 두어번 듣다보니 의문이 생긴다.
'과연 선하다는 건 무엇일까?'라는 의문.
차라리 '다른 사람에게 피해 주기를 꺼리고, 폭력적이지 않은 사람'이라고 말해줬으면 마음이 더 편했을까.
내 생각에 나는 선한 사람이 아니다.
그저 매일매일,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입히고자 하는 욕구를 이성으로 이겨내고 있을 뿐이다.
결과적으로는 선한 행동이 될 지 몰라도, 무릇 선한 사람이라면 이러한 갈등 조차 없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한편, 세상에는 자신의 이익을 타인으로부터 갈취하는 걸 거리낌없이 해내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처럼 내면의 갈등을 포기하지 않고 스슷로를 억제한다는 점에서, 갈등조차 없는 사람보다 더 선하다고 할 수 있는걸까?
파도 없이 잔잔한 것보다는 갈등을 겪으면서도 잔잔한 쪽이 더 노력을 필요로 하니까.
그런 의미까지 모두 담아 선하다는 것일까.
많은 생각이 흘러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