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어땠어요? - 溫(따뜻할 온)

어땠어요?

by coolnpeace


영하의 바람이 마음부터 시리던 날, 우동 한 그릇 앞에 앉았다. 김이 오르는 그릇에서 온기가 목을 타고 가슴까지 내려갔다. 강남 편의점에서 밥을 짓는 사장님처럼, 누군가의 하루를 데우는 것. 이번 주의 한 글자는 溫이었다.

image.png 우동 사진, 따뜻한 온, 광주 동명동 아라타


지난주부터 차가운 바람이 계속 불었다. 바람 한 점 없는 영하 10도보다, 영하 3도의 바람이 더 매섭다. 추위는 피부보다 마음부터 시린다. 그래서 우동집에 들어갔다. 김이 오르는 그릇 앞에 앉아 한 숟가락을 뜨자, 온기가 목을 타고 가슴까지 내려갔다. 길을 걷다 손을 맞잡았을 때 느껴지는 온기처럼, 따스했다.


우동을 먹다 문득 며칠 전 본 유튜브 영상이 떠올랐다. 강남 가로수길의 한 편의점 사장님 이야기였다. 코로나 때 분식집을 접고 편의점을 시작한 이시원 씨는 컵라면만 먹고 가는 청년들이 마음에 걸려 밥과 국을 차리기 시작했다고 했다. 하루 네 번 밥을 짓고, 콩나물국을 끓이며 계란을 삶는다. “한 번 하니까, 안 하면 마음이 편하지가 않더라고요.”


편의점은 원래 온기가 없는 공간이다. 가격표대로 교환하고, 말없이 지나치는 곳이다. 그런데 그곳에서 밥이 지어지고 국이 끓는다. 우동 한 그릇의 온기는 내 속을 따뜻하게 했고, 편의점 사장님이 준비한 밥 한 공기의 온기는 마음을 데웠다. 누군가의 하루를 데우는 온기. 이번 주에 고른 하루의 표현은, 溫이었다.



P.S [하루, 어땠어요?]는 일주일 중 하루를 골라, 그날의 순간을 하나의 표현으로 기억하는 시도다. 한자 한 글자일 수도, 사자성어일 수도, 때로는 짧은 문장일 수도 있다. 이번 주에 고른 하루의 표현은 溫(따뜻할 온)이다.



어땠어요 시리즈


01. 하루, 어땠어요? - 溫(따뜻할 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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