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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숑로제 Sep 06. 2016

신랑에게 좋아하는 음악 들려주기

2016.9.5.




서른 이전에 즐겨 들었던 노래를
평생 듣는 것 같나요?


몇 년전 '힐링캠프'라는 프로그램에 소설가 김영하가 청춘을 위한 강의를 한 적이 있다. 다른 내용은 생각이 안나는데 그 당시 김영하가 했던 한마디가 종종 떠오르곤 한다. 


'나이 서른 이전에 즐겨 들었던 노래를 평생을 걸쳐 듣는다' 


그 때 옆에 있던 신랑한테 "오빠는 어때?" 라고 신랑에게 물어봤었다. 신랑은 "그런게 어딨어. 좋아하는 노래가 항상 바뀌는데" 하고 보기 좋게 면박을 주고 넘어갔지만. 나는 그 말이 꽤 신선했는지 종종 친구들에게 물어보곤한다.


'있잖아. 넌 서른 이전에 즐겨 들었던 노래를 평생 동안 듣는 것 같아?'


어떤 음악을 자주 듣게 되는 이유는 다양하다. 당시 TV만 틀면 나와서라던지, 아르바이트를 하던 곳에서 판이 튀도록 틀던 CD에 있던 곡일 수도 있다. 이유가 어찌되었든, 일단 내 귀에 자주 흘러들어온 노래는 나중에 들어도 그 때의 기억이 남는다. 대학교 때 몸짱 아줌마 열풍에 잠시 휩쓸려 헬쓰장을 다니곤 했는데, 그곳에선 매번 테크노풍의 가요를 시끄럽게 틀어놓곤 했다. 그래서 지금도 우연히 '코요테'와 '이정현' 노래만 들으면 러닝머신을 6.5에 맞추고 파워 워킹 해야할 것만 같다.  




내가 좋아하는 노래를
다른 사람에게 소개하기


요즘엔 내가 자주 듣는 음악은 아주 잡다하다. 보통 차안에서 음악을 듣게 되는데 SD카드에 폴더별로 저장되어 있다. 사실 폴더로 나뉘어져 있는 건 정말 의미가 없는데, 폴더의 이름이 Favorite 1, Favorite 2 , 이런 식으로 그때 그때 맘에 드는 곡을 대충 섞어놓았기 때문이다. 주말에 신랑과 시댁에 가는길에 신랑이 말을 꺼냈다.


"우리 차에서 듣는 음악 좀 한번 정리할 때가 된거 같아"


"그래? 지겨워 졌나보네. 듣고 싶은 노래라도 있어?"


"흠, 예전에 여보가 좋아하던 곡 중에 맘에 드는 거 있었는데 뭐였지?"


신랑의 말에 갑자기 마음이 동해버렸다. 운전을 하며 내가 좋아했던 노래를 찾아 머리 속을 꼼꼼하게 뒤졌다. 가만히 앉아있던 노래 제목과 가사가 갑자기 먼지처럼 부웅 떠다녔다. 그리고 노래 제목에 추억도 같이 딸려왔다. 지니뮤직에 노래 제목을 검색했다.


그리고 Play.

창피하지만 내 버릇 중에 하나가 노래를 들려주고 상대의 반응에 집착하는 것인데,

내가 좋아하는 부분에 상대도 리듬을 타며 손가락이나 고개를 까닥거리는지.

아니면 눈동자가 슬며시 몽롱해지면서 곡에 심취하는지 최대한 티 안나게 본다.


머라이어 캐리의 'Always be my baby'
PINK의 'Just like a pill'


처음 떠오른 곡은 머라이어 캐리의 'Always be my baby' 였다.

 

"오빠, 내가 중학교 때 워크맨으로 테이프 늘어지게 들었던 노래야"


운전대를 잡고 눈동자는 앞의 차를 보고 있었지만 나의 시선은 온통 신랑을 향해 있었다. (다들 되시잖아요. 눈은 정면을 향하면서 사실 옆을 보는거. 저만 되는거 아니져?) 노래 첫 소절이 흐르고 곧바로 머라이어캐리 빙의되어 소울 충만하게 불렀건만, 신랑은 그저 '크리스마스때 배철수 음악캠프 이런데에서 많이 들었어' 라는 무미건조한 감상평을 남겼다.



두번째 생각난 노래는 PINK의 'Just like a pill'.


"내가 산 PINK앨범의 3번 트랙. 이거 들으면 가슴이 뻥 뚤려“


그리고 노래 시작.(19금 음악이라 성인인증을 하느라 시간이 좀 걸렸다) 은밀하게 신랑의 반응을 관찰한 바로는 분명 리듬을 살짝 탔다.(턱이 좀 움직였다구요) 그래, 제 아무리 감정이 메마른 신랑이라도 이 노래는 가만히 있기가 힘들거다. 왠지 모르게 뿌듯했다. 좋아하는 노래를 들으며 내 안의 엔돌핀이 펌핑될 때, 옆 사람에게도 비슷한 흥이 느껴지면 참 신난다. 이것이야 말로 짜릿한 예술적 교감의 상태, 또는 음악적 혼연일체 아닌가.

(흠흠.너무 갔나요)



노래 제목이 떠오르지 않는다.


세번째 노래를 골똘히 고르다 노래 제목이 도무지 생각이 안났다.

그 노래를 나에게 처음 들려줬던 남동생에게 전화를 걸었다.


"어, 누나. 왠일이야? "


남동생이 반갑게 전화를 받았다. 운전중이어서 다짜고짜 물었다.


"응, 있잖아. 네가 한창 메탈 들을 때 들려줬었던 노래인데.

다 심란한 곡인데 마지막 11번인가, 12번만 내가 맘에 들어했잖아.

그 노래 제목 생각나?"


".......뭐?"


녀석은 황당하다는 듯한 반응이었지만 나는 느꼈다.

남동생이 머릿속으로 앨범 목록이 사정없이 넘기고 있다는 것을.


"아니, 내가 다른건 다 심란하고, 멜로디가 딱 좋다고 한 그 노래. 몰라?"


"헐.....누나. 생각 안나. 힌트 좀 줘봐"


"무슨 힌트야. 다 별로인데 내가 이거 하나 좋다고 계속 들었잖아.

지금 나 신랑 들려주려고 하는 중이란 말이야. 빨리 생각해봐 "


매형에게 들려준다는 말이 뭔가 통했다.

사실 음악적 교감을 과하게 추구하는 변태적 성향에 관해선 나보다 동생이 더 오리지날이다.

피흘리는 Marilyn Manson 티셔츠를 입고 소위 '끝내주는 음악'을 들려주며

강렬한 눈빛으로 나의 리액션을 강요하던 장본인이니까.


"아! 누나 알겠다. Dream Theater 같은데? 내가 바로 제목 보낼께"


그러고 보니 신랑한테 들려준 곡 모두 서른 이전에 들었던 노래다.

'서른 이전에 들었던 음악을 평생 듣는다'는 말은 젊은 날의 기억들을 평생 추억한다는 말인지도 모르겠다.

무뎌질 대로 무뎌진 감성이 그 땐 참 말랑말랑 했었다.



세번째 곡은 바로


세번째 곡으로 다시 돌아와서,

동생이 카톡으로 앨범 이름까지 알려준 곡은 바로 'The sprit carries on' 이다.

(Dream Theater 의 'Scenes From a Memory' 앨범의 11번 곡)

이 노래의 멜로디는 잔잔하기도 하지만 가사가 무척 철학적이다.

제목부터가 '(내가 죽어도)영혼은 살아있다' 아닌가.

방황하던 그 시절 이 노래를 들으면 눈물이 툭툭 떨어졌다.


 

그리고 이 노래에 대한 신랑의 반응은 아예 없었다.

사실 이 노래는 좀 힘들때 들어야 와 닿는데...(칫)

한창 힘들어 하는 당신이 듣는다면

눈물 백프로 보장 한다.





+


추천하고 싶은 음악이 있으시다면

망설이지 마시고 댓글로 남겨주세요.

그럼 우린 음악적 교감을 하는 겁니다.  

(또 너무 갔네요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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