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11.9.
딸이 엄마가 마음에 들때 하는 말,
"내가 나중에 크면 수프 끓여줄께"
그 말을 들을 때마다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한 장면.
감기에 된 통 걸려서
두꺼운 이불을 덮고 오돌돌돌 떨고 있는데,
딸이 쟁반에 방금 정성껏 끓여낸 수프를 가져온다.
결혼해서 자기 일할 시간도 빡빡한 딸이
아주 잠깐 나를 보러 온거다.
그래 늙고 병들었지만,
딸이 끓여준 따끈한 수프 한 접시면,
다른건 아무래도 좋을 것 같다.
상상만으로도 위로가 되
혹여 늙어서 진짜 아프면,
나 혼자 병원에 들어가 조용히 해결할 계획이지만.
그래도
그냥 딸이 수프를 끓여주는 상상만으로도
내 마음이 이리 든든해지는 건
지금 자식들의 '존재'가 나에게 주는
삶의 위로이자 선물이다.
나중에 나같은 노인네 따위
나몰라라 할지언정
지금 딸내미가
'엄마 내가 나중에 수프 끓여줄께'
하는 말에 베시시 웃을 수 있는 것.
그리고 그 말이 나에게 주는
막연한 상상과 약간의 든든함이
당장 내 삶의 '따끈한 수프 한 접시' 이다.
+
그래도 끓여주면 더 좋겠지.
그 수프.
진아.
엄마가 꼭 얻어먹고 싶다.
(늙으면 더 할 것 같은 예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