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12.29.
육아 배터리 급속 충전
오후에 나의 친한 이웃 한비랑 님 집에 놀러 갔었다.
집에 놀러 오라는 카톡을 받았을 당시의 내 상황으로 말할 것 같으면,
오늘 눈이 '조금' 왔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엄동설한 아침부터 아이들과 길바닥의 눈을 박박 긁어모아
눈사람을 만드는 바람에 지칠 대로 지쳐있을 때였다.
그런 나에게 이웃의 깜짝 초대는
깜빡 거리는 나의 육아 배터리에 급속 충전과 같았다..
그 집 아들, 준이
그 집엔 매번 볼 때마다 에너지가 화산 폭발하는 준이가 있다.
무술 시범을 보여준다며 소파와 바닥을 왔다 갔다 뛰면서
옆구르기, 발차기, 돌기, 팔 휘젓기를 동시 다발적으로
쉴틈 없이 보여준다.
그리고 우리 집 애들을 보며
"너네 이거 할 수 있어?"
하고 화난 듯 당찬 표정으로 말한다.
그러면 살짝 기가 눌린 숫기 없는 우리 집 애들은
무표정에 대답을 못하는 상황이 자주 벌어지곤 한다.
(시범이 끝나면 나에게도 꼭 물어본다. "저 어때요? 잘하죠?"
그 자신감, 우리 애들한테 반만 떼어주면 안 되겠니...)
어찌 되었던 우리 집 애들은
다소 과격하지만 항상 새로운 아이템과 무한 에너지를 보여주는
준이 형아랑 노는 걸 좋아한다.
딸의 표정이 안 좋다
커피를 마시며 한창 수다를 떠는 중이었다.
식탁에 앉아서 애들 노는걸 살짝 봤더니,
진이가 준이 팔에 머리가 잡히기도 하고,
안겨서 끌려다니기도 하면서,
슬슬 표정이 안 좋아지고 있었다.
나는 걱정돼서 준이에게 살살 좀 하라고 했다.
그래도 유진이가 무서워하는 것 같아서
진이한테 싫다고 말하라고 했더니...
"엄마, 우리 재미있게 노는 거라고!"
하며 나를 쳐다보는 진이의 표정이
아직도 생각난다.
미안하다 딸아.
엄마가 눈치 없어서.
.....
+
하긴, 준이 오빠가
색다른 매력이 있긴 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