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11.12.
따지고 보면,
신랑과 나는 딱히 공통된 관심사가 없다.
신랑은 MARVEL에서 나온 히어로물을 좋아하고,
나는 복잡한 캐릭터가 나오는 비주류 영화를 즐겨본다.
(영화관에서 '데드풀' 보다 내가 자꾸 나가고 싶다고 해서 신랑이 정색.
급기야 앞으로 영화는 따로 보자고 합의)
핸드폰을 하다 웃겨 죽겠다는 표정으로 내미는 사진을 보면
보여준 성의에 보답하는 형식적인 웃음을 애써 짓곤 한다.
(연애할 때엔 많이 웃어줬지만 지금은 가식적인 웃음조차 많이 노력한 것임)
심지어 티브이 프로그램도 같이 볼만한 게 없다.
신랑은 좋은 노래를 들을 수 있는 프로그램을 선호하고
(너의 목소리가 들려, 복면가왕 등등)
나는 사람 사는 냄새가 나는 곳에 채널을 멈춘다.
(EBS 달라졌어요, 미운 오리 새끼, 고부열전, 나 혼자 산다 등등)
우린 함께 할만한 취미가 한 가지도 없는 부부다.
하지만 애들이 자면 항상 식탁에 마주 앉는다.
서로 각자 따로 놀며,
맥주랑 과자 정도를 중간에 놓고 같이 먹는다.
가끔 서로 뭐하는지 흘끔 보고 물어보기도 한다.
대화를 하는 경우는 거의 없지만,
나도 모르게 내뱉은 한숨에 신랑이 괜찮냐고 하고,
갑자기 생각난 이야기를 뜬금없이 말하기도 한다.
나는 주로 그림일기를 쓰고,
신랑은 공부를 한다.(요즘 시험 준비 중. 평소엔 무협지)
우리 둘은 정말 다르고
공유할만한 것도 별로 없지만
매일 비슷한 시간에 식탁에 마주 앉아
시간과 공간을 함께 한다.
신랑이 몸살이 나서 누워있다.
나는 혼자 식탁에 앉아 일기를 쓰고 있다.
앞자리가 비어있다.
허전하고
또 허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