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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숑로제 Dec 03. 2016

"이것 봐바. 나 가난한 거야."

2016.12.2

                                                                                                                



아마존에서 올초에 직구 했던 내 SINGER 재봉틀.

'하나 사두면 참 요긴하게 쓰겠다' 하고 진심으로 느끼게 만들어주신 이웃은,
양재 수업을 몇 번 듣더니,
요즘 본인 옷까지 만들어 입으며 재봉틀을 200프로 활용하고 계시다.

나는 그동안 가운 2벌 만든 게 전부.
(그것도 사진 찍어 온갖 단톡 방에 자랑하고 다님)
그래도 뭔가 확 박아버리고 싶을 땐 재봉틀만 한 것이 없다.

아들 내복 바지 4벌이나 무릎에 구멍이 났다.
네 벌 다 버리기는 아까웠다.

내 여름 민소매 티를 작게 잘랐다.
작게 자른 천을 구멍에 놓고 드르륵 박았다.
별거 아니었지만 무척 알뜰한 주부가 된 듯  
야무져진 기분에 흠뻑 취해있었다.

아들도 내가 수선한 바지가 꽤 맘에 드는 모양이었다.
'우아, 우아' 하며 감탄을 아끼지 않았다.
구멍이 없어졌다며 신기하다고 했다.
옷을 입고 거실을 뛰어다녔다.
나는 더욱더 기분이 뿌듯해졌다.

하지만 아들이 딸에게 하는 말을 듣는 순간,
순식간에 '알뜰한 주부'에서 '가난한 주부'가 되어버리고 말았다.

흠.
구멍 난 내복,
원래 하던 대로 버리는 걸로.
 



+

안녕하세요.
오랜만에 그림일기 올려요.
특별히 그림에 많이 공들였어요.
하지만 보는 사람은 별 차이 못 느낀다는 거...ㅠㅠ
그 동안 왜 그림일기 안 올리냐고 여기저기서 연락 와서 깜짝 놀랐어요.(감동)

항상 관심 있게 봐주시는 독자님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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