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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숑로제 May 05. 2016

그 해 산후조리원에서

2016. 5. 4


산후조리원의 기억
                                                                                                                                                                                                                                     

속싸개에 동동 감싼 아이 코에 찬 바람이라도 들어갈까...

어깨를 잔뜩 동그랗게 움츠리고 아이를 어정쩡하게 안는다.

신랑은 짐가방을 들고 입원실에 놓고 가는 물건은 없는지 몇 번 두리번거린다.


서너 평 남짓한 조리원에 입실했다.

신생아실에 들어가 있는 우리 아이의 위치를 확인하고 유리 안으로 다른 아이들도 슬쩍 본다.

실장한테 조리원 시설과 2주 동안의 스케줄에 대해 설명을 듣는다. 마사지는 꼭 미리 전화로 예약해야 한다.

옷을 갈아입고, 빡빡하게 짜인 조리원 교육 시간표를 보면서 이걸 다 가야 하나 고민한다.

일단 '흑백 모빌 만들기'는 유용할 것 같아 가기로 마음을 먹고 티브이를 튼다.

신생아실에서 전화가 왔다,


"504 산모님, 우리 아가 배고프데요, 수유하시겠어요?"

"네, 지금 갈게요!"


신생아실 간호사는 기저귀 방금 갈았다며 아이를 건네준다.

귀가 쨍하게 울어대는 아이를 안고 젖비린내가 가득한 모유수유실에 들어간다.

유축기로 젖을 짜고 있는 엄마, 아가 등을 두들이며 트림을 시키는 엄마, 수유 중인 엄마가 보인다.

자리를 잡아 등쿠션, 수유쿠션을 세팅하고 아기를 무릎에 눕히고 젖을 먹인다.

아이가 입을 크게 벌려야 바른 자세라고 했다.  

아직도 젖몸살에 가슴이 후끈거리고 아랫부분이 찌르르하지만

칭얼거리는 아이에게 계속 시도해본다.

초유가 좋은 성분이 많다고 했으니까 꼭 먹어야 한다.

아직도 머가 먼지 모르겠다. 그래도 정신 차리자.

난 엄마니까...

배고프고, 기저귀가 차면 우는 거라 했다.





2011년 5월



산후조리원에서 신생아들이 원인불명으로 줄줄이 사망했다는 기사가 나왔다.


그 엄마들은 아이가 아파 울어도 왜 우는지 잘 몰랐을 것이다.

기저귀도 갈아보고,

젖도 먹여보고,

아니면 졸린 건가 싶어 살살 토닥여도 봤겠지


갓 태어난 아가는 숨을 쉴 때마다 아파도

우는 것 밖엔 방법이 없었다.


내가 첫 아이를 출산한 그 해,

2011년 5월이었다.






+


요즘엔,


세월호도 그렇고,

운이 좀 좋아서 살아남은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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