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92살에 뭘 하고 있을까

2017.3.17.

by 미숑로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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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의 죽음



얼마전 아빠의 교통사고로 죽음의 그림자를 보았건만 기어코 죽음은 내 삶으로 들어왔다. 할머니가 돌아가셨다. 치매 증상이 있는 할아버지는 할머니가 주무시는 중이라며 계속 이불을 덮어주고 있었다고 한다. 우리 아빠를 낳아주신 친할머니는 우리 엄마가 시집도 오기 전에 돌아가셨다. 이 할머니는 우리 엄마가 중매를 서 할아버지가 새 장가를 든 할머니다. 하지만 실상 내 기억이 시작되는 시점부터 나는 그 분을 '할머니'라고 불렀다.


92살에 주무시다가 편안하게 돌아가셔서 다들 호사라고 했다. 죽음은 매번 엄숙하기 그지없다. 하지만 지병으로 항상 손과 입술이 조금씩 떨리던 할머니를 떠올리며 오히려 죽음이 더 편안할 거라 위안을 삼아본다. 문제는 홀로 남겨진 아프신 할아버지. 이제 곧 요양원에 들어가시는데 다들 마음이 무겁다. '요양원'이란 이런 애매한 상황을 참 간단하게 해결해주지만 어쩐지 쓸쓸함과 외로움이 느껴진다.




92살에 우리는...


장례식을 치르고 집으로 돌아오는 늦은 밤길을 운전을 하며 신랑에게 물었다.


"오빠, 92살에 우린 뭘 하고 있을까?"


보조석에서 쾡한 눈으로 앉아있던 오빠는 머리를 몇번 긁적이더니

아주 무심하고 당연하게 대답했다.


"게임?"


그리고 이어 말했다.


"손 덜덜 떨고, 콜록 거리면서.."


아흔 두살에 게임하는 할아버지라...

지금은 별로 없어도...

그 시대인 흔할 것 같은,

막연하지만 아주 강한 예감이 든다.

지금의 신랑의 멘탈 구조와 성격을 보았을때

그럴 가능성이 아주 농후하고도 남는다.


그러면 난 옆에서 뭐하고 있을까 곰곰히 생각하다

지금쓰는 그림일기를 아흔 두살까지 쓰고 있는 모습을 상상했다.


삼십대에 시작한 일을

아흔살까지 하고 있다면

뭔가 참 근사할 것 같다.


어찌되었든,

할머니가 부디 편안하고 좋은 곳으로 가셨으면 좋겠다.




+


그러고 보니..

지금 모습이네...


어이 거기!

언제까지 할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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