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4.3.
우리 선생님은 옷이 별로 없으신 것 같다
그날 내가 내준 일기의 주제는 이랬다.
' 선생님의 장점과 단점'
그리고 학생들의 대다수가
'우리 선생님은 단점을 찾을래야 찾을 수 없는 게 단점'이라는 의견이 주류를 이루었지만,
(제가 한 인기 합니다만...허허)
그 와중에 나온 단점 중에 아주 인상 깊었던 단점 하나.
'우리 선생님은 옷이 별로 없으신 것 같다'
쿠쿵. 털썩.
게다가 이 일기를 쓴 학생은 우리 반에서 이쁘장하기로는
세 손가락 안에 드는 데다가
안 그래도 요즘 쪼끄만 게
다큰 처녀같이 입고 다닌다 싶었다.
상큼한 선생님이 되기위해
14살짜리가 내 자존심에 살짝 스크래치를 내면서
원치 않는 자체 패션 검열에 들어갔다.
원인을 굳이 분석해보자면 이렇다.
일단 내가 맘에 드는 옷이 있으면
거의 교복처럼 4 벌 정도 코디해놓고 꾸준히 돌러 입는 데다가,
내가 워낙 심플한 무채색(검정, 회색, 베이지) 톤의 옷을 입어서일 것이다.
아이한테 쌤은 모노톤의 심플한 패션을 구사한 것이라고
구차하게 변명을 할 수도 없는 상황.
다음주에 수학여행도 있는데,
한번 상콤하게 연출해보이기로 결심했다.
어제 시댁에 간 김에 애들좀 봐달라고 하고 간만에 쇼핑삼매경.
봄봄하는 쉬폰 블라우스와 주름치마도 사고
30벌 넘는 청바지를 피팅하는 각고의 노력 끝에
핏이 아주 딱 맘에 드는 청바지를 구했다.
그리고 30분 전.
흰색 운동화까지 깔끔하게 주문 완료.
얘들아.
선생님이 여신 포스까진 아니더라도,
같이 다니면 좀 폼 나는 느낌으로다가
상콤하고 시크하게 선보일께.
+
네. 인정합니다.
학생들보다 더 설레는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