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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숑로제 May 10. 2017

저희한테 왜 이러세요?

2017.5.10.



잦은 휴일로 학생들이 무기력증에 빠졌다.
여기 저기서 웅성 거리는 것은 물론이고,
아주 간단한 질문에도 발표도 안하는 것이다.

일은 국어시간에 벌어졌다.
밥그릇에 돈이 담겨있는 사진에

'돈 이라면 남기시겠습니까!'

라는 공익광고캠페인 문구를 다 같이 보았다.
내가 질문했다.

"얘들아, 이 돈은 사실 무엇을 의미하는 거지?"

이런 쉬운 질문에 응당 "남긴 음식이요"라고 대답하진 못할망정 다들 영혼이 가출한 눈빛을 하는게 아닌가.

오전 내내 쌓이던 것이 폭발하고야 말았다.

"야, 너희들 답 알고 있는거 다 알아. 왜 발표 안 하는 거야?"

그러자 갑자기 우리반 개구장이 삼인방들이 먹잇감을 발견한 사자처럼 눈을 번뜩였다. 녀석들이 나에게 소리쳤다.

"선생님 지금 우리한테 애교 부리신거에요?"

당황해서 얼음상태가 된 내가 대답했다.

"아..니.  내가 뭘.."

"지금 말투가 애교 부린 거잖아요. 왜 이러세요!"

"무슨 소리야..."

"분명 콧소리가 들어갔다구요!"

이런식으로 죽자고 달려드는 녀석들의 무차별공격에 나는 민망함과 어이없음에 그냥 웃고 말았다.

방법은 어쨌든간에 학생들의 눈에 총기가 겼지만 우리반 혁이가

 '1반 교생선생님도 아니고..'

라고 말할 때에는 내심 서운하긴 했다.

지금 우리 학교에 실습 중인 교생 선생님들 중에서
선이 연예인처럼 갸날프고 이쁘장한 1반 교생 선생님이 가장 인기가 많다. 혁이는 첫날 부터 그분에게 한눈에 반했다고 한다.(네가 사랑을 아냐.녀석아!)

어린 애들도 젊고 이쁜 여자가 좋은가보다.
늙어가는 마당에 어쩐지 서러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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