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5.17.
혁이가 느물느물 웃으며 앞으로 나올 때부터
난 이미 알고 있었다.
뭔가 꿍꿍이가 있구나.
더군다나 지 손톱보다 작은 젤리빈을
나한테 '드세요'하며 내밀었을 때는
확신이 들었다.
이건 먹으면 안 되는 거다.
혁이는 이런 쬐그만 젤리빈 따위를
선생님과 콩알 한쪽 나눠먹듯 주는
그런 간지럽고 샤방한 녀석이 아니다.
연예인중 굳이 캐릭터를 찾자면
목소리나 유머스타일이나
딱 무한도전의 '박명수' 느낌이다.
이런 혁이가 흐흐흐거리며 건네는
주황색에 빨강 반점이 있는 젤리빈을
'얼씨구나 맛있겠다' 하고 낼름 먹을 수 없는 것은
모종의 생존 본능과 맥을 같이 하는
당연한 노릇아닌가!
거부하고 싶었다.
하지만 혁이를 비롯한 우리반 아이들이
총기를 반짝거리며 나를 모두 보고있었다.
몇 초지만 선택의 기로에 놓였다.
끝까지 수상하다며 안 먹을 것인가.
아니면 기꺼이 웃음을 선사할 것인가.
나는 후자를 선택했고,
누군가가 방금 토해놓은 듯한
색깔도 요상하게 누리끼리한 젤리빈를
질겅질겅 씹었다.
모르고 속는 것보다
알면서 속아주는 것이
훨씬 긴장되고 힘들다.
+
알긋냐, 녀석들아?
그리 좋든...
++
혁이가 아침에는 Vomit(토한 맛) 젤리빈을
점심시간 이후엔 디저트로
Rotten Egg (썩은 달걀)을
선사해주었다.
하하하하하
우리반 학생들의
그 기대에 찬 눈빛만 아니었어도..
+++
나도 신기해서 젤리빈 케이스를 보여달라고 했다.
엄마한테 갖고 싶다고 졸라서 해외직구했다고...
그나저나 지렁이맛을 먹으면
진짜 그 맛인지 어떻게 알까?
그렇담 이거 만든 사람은 먹어보고 만들어본거임?
귀지맛도 그러네...
쭉 보니,
제일 심한거 두 개 딱 골라서 나한테 줬구만.
하핫
하하하하하
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