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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숑로제 May 18. 2017

다 알아도 모른척 속아줄 때가 있다.

2017.5.17.





혁이가 느물느물 웃으며 앞으로 나올 때부터
난 이미 알고 있었다.

뭔가 꿍꿍이가 있구나.

더군다나 지 손톱보다 작은 젤리빈을
나한테 '드세요'하며 내밀었을 때는
확신이 들었다.

이건 먹으면 안 되는 거다.

혁이는 이런 쬐그만 젤리빈 따위를
선생님과 콩알 한쪽 나눠먹듯 주는
그런 간지럽고 샤방한 녀석이 아니다.

연예인중 굳이 캐릭터를 찾자면
목소리나 유머스타일이나
딱 무한도전의 '박명수' 느낌이다.

이런 혁이가 흐흐흐거리며 건네는
주황색에 빨강 반점이 있는 젤리빈을
'얼씨구나 맛있겠다' 하고 낼름 먹을 수 없는 것은
모종의 생존 본능과 맥을 같이 하는
당연한 노릇아닌가!

거부하고 싶었다.
하지만 혁이를 비롯한 우리반 아이들이
총기를 반짝거리며 나를 모두 보고있었다.

몇 초지만 선택의 기로에 놓였다.
끝까지 수상하다며 안 먹을 것인가.
아니면 기꺼이 웃음을 선사할 것인가.

나는 후자를 선택했고,
누군가가 방금 토해놓은 듯한
색깔도 요상하게 누리끼리한 젤리빈를
질겅질겅 씹었다.


모르고 속는 것보다
알면서 속아주는 것이
훨씬 긴장되고 힘들다.



+

알긋냐, 녀석들아?
그리 좋든...



++

혁이가 아침에는 Vomit(토한 맛) 젤리빈을
점심시간 이후엔 디저트로
Rotten Egg (썩은 달걀)을
선사해주었다.

하하하하하

우리반 학생들의
그 기대에 찬 눈빛만 아니었어도..



+++

나도 신기해서 젤리빈 케이스를 보여달라고 했다.


엄마한테 갖고 싶다고 졸라서 해외직구했다고...



그나저나 지렁이맛을 먹으면

진짜 그 맛인지 어떻게 알까?

그렇담 이거 만든 사람은 먹어보고 만들어본거임?

귀지맛도 그러네...






쭉 보니,
제일 심한거 두 개 딱 골라서 나한테 줬구만.

하핫

하하하하하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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