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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숑로제 May 14. 2017

어릴적 엄마와 목욕탕에 가면

2017.5.14.




가족들과 대중목욕탕에 갔다.
워터파크나 호텔팩에서 간적을 있어도
이렇게 맘 잡고 온천탕을 찾기는 처음이다.

진이와 탕에서 한시간 넘게 놀다
나가기 30분전에 준비한 목욕솔트를 몸에 덜어 펴바르고 슬슬 문지르고 씻어냈다.

옆 아줌마가 팔을 슬쩍 올리고
옆구리와 겨드랑이의 때를 전투적으로 밀어댔다.
문지를 때마다 꼬불꼬불하게 젖은 짧은 파마머리가 경쾌하게 흔들렸다.

그 모습에 어쩐지 나는 불량엄마가 된 기분에 휩싸였다. 진이의 등짝을 팍팍 때려가며 옴팡지게 이태리타월을 벅벅 밀어줘야 제대로된 엄마인 것 처럼.

돌이켜보면 우리 엄마는 뭐든 참 열심히 잘했다.

반찬을 할 때엔 가스레인지 불도 안 끄고
냄비에 물을 새로 받고 끓이고 데치고 쏟아내고
볶고 무치고를 쉴새없이 해냈다.
행주든 수건이든 참 자주 푹푹 삶아내고 금방 넌다.
우리 삼남매를 다소 거칠지만 멀끔하게 금방 씻겨냈다.
급식이 없던 그 옛날 매일매일 보온병에 따뜻한 국까지 넣어서 도시락을 싸줬다.

첫아이를 낳았을때엔 자신이 있었다.
엄마보다 더 많이 배운 내가 육아도 거뜬이 잘하리라.

하지만 내 아이를 키우면 키울수록,
엄마가 나에게 해준만큼
내 아이에게 해줄 수 있을까하고 생각할 때가 많다.

그 옛날보다 엄마는 늙고 작아졌는데,
내 기억속의 엄마는 점점 더 위대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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