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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숑로제 May 08. 2016

정신차려, 여긴 시댁이야!

2016. 5. 7




이번 주말은 시댁에서 보내기로 했다.

(어버이날도 있으니 겸사겸사)

저녁 먹고 시댁 근처 코스트코에 슬슬 나가

쇼핑하고 마트 문닫을 때쯤 들어왔다.


육아에서 목욕파트를 담당하고 계신 신랑이

당당하게  나더러 씻기라고 했다.

(그래...니 구역이라 이거지?)

신랑 한 번 쳐다보고 어금니 지긋이 깨물고

아이들을 한명씩 씻겨 내보냈다.


나 혼자 씻을 때는 간단한 과정이지만

씻을 의욕이 없는 아이들을 씻기는 과정은 무척 길고 지루하다. 게다가 시댁에서 내가 옷을 벗기가 영 불안해 팔소매와 바지만 좀 겉어 부치고 씻긴다.(애들이 수시로 욕실 문을 열었다 닫아 불안한 상황)

아들 내보내고, 딸도 싹 씻겨서 같이 나왔을 때였다.

피곤했지만 '우리 아들 고생 안 시키는 며느리' 코스프레를 무사히 마친 것으로 만족해하며 미션 완료! 이제 재우기만 하면 우리의 세러데이 나잇~하는 순간이었다.


아버님이 평소 애정하시는 코스트코 케틀 감자칩이 개봉되어 있고, 시어른들이랑 신랑, 아들이 참 화목하게 감자칩을 도란도란 먹고 있었다.

(보통 저런 풍경엔 사과 있어야 하는거 아닌가여...ㅠㅠ)


어머님 소리가 들린다.

"우리 손자가 먹고 싶었나보네.

  좀 먹고 양치질 다시 하면 되지~맛있지 아가?"


심상치 않은 낌새를 본능적으로 알아챈 신랑의 목소리도,

"저기 여..보... 애들 양치질은 내가 다시 시킬께"


할말을 잃어버린 나,


아...(진국물로 우러나오는 짜증)

후...(한숨)


"아~후~ 아~ 후~"

심호흡해.

마지막까지 정신줄을놓으면 안된다.

여긴 시댁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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